“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혁신은 탄생한다.”
마리사 드루 크레디트스위스(CS)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사진)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혁신의 뿌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17년 처음으로 CSO 자리를 만드는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중에서도 선도적으로 투자에 ESG 개념을 접목했다.
드루 CSO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비욘드미트’를 소개했다. 빌 게이츠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이 상장 전 투자에 나선 것으로 관심을 모은 이 회사는 콩, 버섯 등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육류 대체 식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코로나19로 주목받으면서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3월 19일 저점 대비 연말 기준 118% 올랐다. 실험실에서 동물의 세포를 배양시켜 실험실 고기(배양육)를 만드는 네덜란드 스타트업 미터블, 세포 배양 해산물로 유명한 미국 그린바이오 기업 블루날루 등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최고경영자(CEO)들이 겪는 ‘ESG 딜레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드루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수년 동안 전기차 시대를 얘기했지만 ‘괴짜’ 취급을 받았던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선도 기업 CEO들은 외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 기업의 성장까지 만들어내는 것이 CEO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얘기다.
드루 CSO는 ESG 경영을 “외롭지만 가야 할 길”이라고 설명하며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음료 기업 펩시코를 이끈 인드라 누이 전 회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콜라 회사인 펩시코가 패스트푸드 부문을 정리하고 주스나 스포츠음료 등 ‘건강식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고 했을 때 대주주인 행동주의 펀드와 갈등을 겪어야 했다”며 “하지만 결국 그의 선택이 옳았고, 펩시코는 유해한 콜라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건강식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변신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임기 중 펩시코 매출은 81% 늘었고, 주가도 두 배 이상 뛰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