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서며 방역체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미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가장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방역 실패로 인한 부담은 상당기간 전 국민이 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안이한 상황 판단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300~400명대로 내려가자 서둘러 거리두기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주요국들이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거리두기 완화 발표로 심리적 방역체계를 무너뜨렸다.
또 코로나 상황이 엄중한데도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방역 정치’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부는 지난 주말 코로나 확산세가 기승을 떨치는데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서울 도심집회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말 보수단체들의 집회 때 “반사회적 범죄” “어떤 관용도 기대말라”(문재인 대통령)며 서울 전역을 원천 봉쇄하다시피 했던 것과 너무도 달랐다.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는 없지만 잠복기간 등을 감안하면8000여 명이 모인 집회가 어떤 형태로든 수도권 감염자 급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론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감염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백신 부족이다. 백신 1차 접종률은 지난달 19일 29%로 올라섰으나 이후 백신 부족으로 20일 넘게 30%대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접종 목표 30%를 맞추기 위해 2차 접종분까지 당겨 썼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아 이달 들어서는 1차 신규 접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그 사이 백신 접종률이 10%대에 그치는 20~30대 층에서 확진자가 집중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K방역’을 정권의 성과처럼 자랑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게임 체인저’는 결국 백신이다. 총 1억9300만 회(1억 명)분을 확보했고, 그중 9889만 회분을 연내 도입한다는 막연한 청사진 정도로는 안 된다. 언제 어디서 얼마를 가져올 것이라는 소상한 조달 계획을 밝히고, 범정부 차원의 이행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이달 내 받기로 했던 백신에 차질이 생기자, 이스라엘로부터 유효기한이 얼마 안 남은 백신을 부랴부랴 조달하는 식의 대응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