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지성, 선과 악 경계선 넘나드는 야누스적 매력 변주

입력 2021-07-07 11:09
수정 2021-07-07 11:10


‘믿고 보는 배우’ 지성이 ‘악마판사’ 강요한으로 화려한 첫 등장을 알렸다.

지난 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에서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속 새로운 사법 개혁을 도입한 재판장 강요한에 완벽하게 스며든 지성의 변신이 이목을 끌고 있다.

먼저 질서가 어지럽혀진 대한민국에서 재판장 강요한(지성 분)은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고 그 선택이 재판 결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시범재판’을 도입, 사법 개혁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시범 재판에 대한 문제 제기에 “제가 권력입니다. 이 나라 대한민국, 온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행사합니다”라며 누구보다 국민의 편이라는 것을 드러내며 논란을 일축시켰다.

이에 지성은 누구의 말에도 휘둘리지 않으며 제 뜻대로 끌고 나가는 강요한의 냉담한 카리스마를 표출, 캐릭터의 성격을 확실하게 납득케 했다. 난세 속 강요한 이라는 인물이 왜 필요한지 강요한이 가진 칼 같은 성미를 눈빛, 어투 등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지성의 연기가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긴 것.

하지만 누구보다 국민의 편에서 법의 잣대로 공평한 재판을 펼칠 것만 같던 강요한에게 계속해서 석연치 않은 점이 포착돼 긴장감도 함께 높아졌다. 마음을 끄는 감성보다는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판단만을 내리며 움직이는 강요한의 논리에 김가온(진영 분)처럼 시청자 역시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첫 번째 ‘국민시범재판’에서 피해자 유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공감과 연민을 표하는 줄만 알았던 강요한이 하품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모두를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지성은 그 현장을 본 상대방의 눈빛을 피하거나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천연덕스럽게 미소로 대응,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분위기를 180도 전환 시켰다.

그런가 하면 난폭한 운전으로 사람들을 위협하며 이를 즐기는 이영민(문동혁 분)의 차를 마구잡이로 부수며 대중교통이나 이용하라고 모욕감을 줘 그간 그에게 당했던 이들을 대신하여 앙갚음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선패션쇼에서 이영민이 법무부 장관 차경희(장영남 분)의 아들임이 밝혀지면서 강요한에게는 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암시, 다시금 등골을 오싹케 했다.

이렇듯 선과 악, 경계선을 넘나들며 어느 편인지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강요한은 지성의 입체적인 연기 결과 만나 더욱 막강한 시너지를 낳고 있다. 모든 것을 제 계획 하에 놓고 움직이는 강요한의 의뭉스런 행보를 절제 있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사정없이 자극, 드라마는 물론 인물을 향한 호기심을 한없이 키우게 한다.

뿐만 아니라 지성은 그간 탁월한 작품 선택 안목과 그에 비례하는 연기력으로 많은 이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신뢰를 얻고 있는 터. 이번 ‘악마판사’로 그 가치를 또 한 번 증명 받으면서 앞으로 그가 선보일 열연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이처럼 극에 쫀쫀한 재미를 더하는 지성의 야누스적 매력은 오는 10일 토요일 오후 9시 ‘악마판사’ 3회에서 이어진다.

차혜영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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