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의 생일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국무장관이 특정 인물의 생일에 대해 자신의 명의로 된 국무부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티베트 독립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6일 달라이 라마 성하(聖下·His Holiness)의 86번째 생일을 맞아 그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게 돼서 기쁘다”며 “달라이 라마의 온정·평등·포용성에 대한 메시지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영감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성하의 품위·지혜·겸손에 대해 깊이 존경하고 감사하다”며 “글로벌 평등성과 티베트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 대한 동등한 권리 향상에 대한 그의 헌신에도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이 티베트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티베트의 전통 설 축제인 ‘로사(Losar)’를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트위터, 유튜브 등 각 SNS에 공개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티베트의 언어적, 종교적,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예우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처음 방한했을 당시 한·미 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강압적이고 호전적인 행동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체계적으로 잠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켰으며 신장 위구르 지역과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중국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티베트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언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외교’를 천명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중(對中) 견제 수단으로서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강한 위구르와 티베트의 인권 문제를 계속해서 거론해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