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운반비 협상 난항…수도권 공사장 '올스톱' 되나

입력 2021-07-06 13:58
수정 2021-07-06 14:59

레미콘업계와 운송차주간 운반비 협상이 난항을 보이면서 오는 12일부터 레미콘 운송거부에 따른 수도권 건설현장 가동 중단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운송차주 단체의 불법 행위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년째 공급이 막힌 레미콘 운송차량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진입 제한 여부 결정도 나올 예정이어서 양측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유진 삼표 아주 등 120여개 수도권 레미콘업체와 9000여대의 레미콘운송차량 차주들이 소속된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는 운반비 인상폭을 놓고 협상하고 있다. 전운련은 전년 대비 15% 인상을 요구했지만 레미콘업계는 5~8% 인상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미 12% 인상한데다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두자릿수 인상율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운송차주들은 현 운반비로는 차량 할부금 등을 감안할때 생계가 곤란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레미콘업계는 운송차주들의 불법 행위시 ‘공정위 신고’라는 맞불 카드를 꺼내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송차량은 유일한 레미콘 물류 수단으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차주들이 운송을 거부하면 운반비가 인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과거 집단운송거부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26조를 어긴 정황들이 제보돼 부당 공동행위로 공정위 신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26조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가격의 결정이나 변경, 거래 조건을 정하거나 제한하는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운반비 인상을 관철시키기위해 단체로 레미콘트럭의 번호판을 때서 차량 운행이 통제됐고 납품 현장을 점거해 고객사(건설사)를 압박하는 등 사례가 많았다”며 “회사측과 운송차주간 개별 계약에 단체가 개입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운련 관계자는 “운송차주는 대부분 계약직으로 회사측과 협상할 힘이 없어 단체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전운련은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볼 여지가 많고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레미콘업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당 공동행위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정거래사건 전문가인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운송차주들은 계약과 거래 조건을 각기 다르게 선택할 자유가 있는데, 어떤 단체가 이를 강제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울산 항운노조 사건도 사업자단체로 보고 처벌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노동사건 전문가인 구교웅 태평양 변호사는 “공정위가 금지한 사업자 단체 행위는 근로기준법상 노조만 제외되고 노조법상 노조는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며 “운송차주 단체는 근로기준법상 노조는 아니기 때문에 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레미콘업계와 운송차주 단체는 이 달말 열리는 국토교통부의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운송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12년째 신규 등록을 중지한 레미콘운송차량에 대한 수급조절 여부를 이날 결정하기 때문이다. 레미콘업계는 “지나친 공급 제한으로 운반비가 급등했고 운송차량의 불법 번호판 거래, 차량 노후화 등 공급제한의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급조절위 구성자체도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수급조절위원엔 운송업계 대표 1명과 양대 노동단체 소속 2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직접 이해당사자인 레미콘업계는 빠져있다. 한 레미콘업체 사장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며 “레미콘공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업계 대표 단체의 참여를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