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7000여 명을 직접 채용한다. 국내 제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직고용 사례다.
현대제철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근로환경 개선 요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1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한 지 2년6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이 시행되면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1차 협력업체 직원 7000여 명은 현대제철 계열사로 채용된다. 현대제철은 사업장별로 계열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근로조건은 기존 사내 협력업체와 비교해 큰 폭으로 나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은 현대제철 기존 정규직의 80%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회사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과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은 지난 몇 년간 근로조건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을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등 다양한 형태로 회사를 압박했다. 현대제철은 파견법에 따라 협력업체 소속 직원의 근로조건에 원청업체가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인권위에 이어 올 4월 고용노동부까지 시정을 지시하는 등 정부 압박이 계속되자 현대제철 내부 분위기도 바뀌었다. 지난달에는 충청남도의회가 차별 시정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소모적인 논쟁을 해결하고, 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 불안 해소 및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향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지역 정치권의 압박 때문에 현대제철의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 18조234억원, 영업이익 7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2.1%, -78.0% 줄어든 규모다.
경제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2014년 이후 계속 줄어들었고, 2019년과 지난해에는 대폭 감소했다”며 “과감한 사업 구조 개선작업 등을 통해 올 들어 겨우 실적이 개선되는 분위기인데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