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수백조원 낭비하는 일"

입력 2021-07-06 17:49
수정 2021-07-07 08:49
“원자력 발전 비중을 50%까지 올리면 600조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본부장은 6일 대전 어은동 한 호프집에서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서 “낮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밤에 활용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에너지저장 비용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전 비중을 50%까지 늘리면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수백기가와트(GW)를 줄일 수 있다”며 “이 경우 수백조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강행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 문제가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만민토론회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등 중도보수 지식인들이 “선동 정치로 한국 정치가 타락했다”며 전국을 돌며 열고 있는 포럼이다. 지난 5월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나’, 6월 ‘호남대안포럼의 소주성 비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행사다.

이 전 본부장은 월성1호기 폐쇄 등 탈원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에너지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며 “탄소중립과 안정적 전력수급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원전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재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박사과정생은 ‘이해할 수 없는 탈원전 4년’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 “제가 배운 지식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꿈이 사망 선고를 받은 지 4년째”라며 공학도들의 허탈감을 토로했다. 그는 “과학기술은 선악이 없다”며 “가치중립 기술에 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고범규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정책간사는 “에너지 자급률이 17%에 불과한 한국이 우수한 전기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원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신재생에너지 과속은 산업재해 증가, 에너지 수급 불안정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권 행보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졸속으로 추진된 탈원전 정책 때문에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에너지산업 생태계가 무너졌다”며 “잘못된 정책은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선언식에서 “(탈원전 정책은)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했다”고 비판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날을 세우고 있다.

윤 전 총장이 토론회에 다녀간 뒤 한꺼번에 취재진이 몰리자 장소를 대여해준 호프집 사장이 이번 행사 주최 측을 방역수칙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