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의 장기화된 적자와 누적된 부채가 임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적자운영과 눈덩이 같은 빚에 대한 특단 대책이 없으면 ‘시민의 발’이 대중교통시스템으로 계속 버티기 어렵게 됐다. 정부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모두 ‘적자 폭탄 돌리기’를 멈추고 정공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와 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난달 말로 공사채 발행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쇼크로 승객이 줄었다지만, 반년 새 42% 급증했다. 단기 빚까지 합치면 공사가 발행한 채권은 2조7580억원에 달한다. 올해 부족한 운영자금이 1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연초 전망치가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서울지하철이 사실상 빚으로 운영되는 부실덩어리가 된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물가가 다 올라도 오랫동안 누구도 ‘요금 현실화’를 말하지 않았다. 고령인구가 급증한 데다 ‘부자 노인’도 적지 않지만 획일적 ‘65세 이상 무임승차’의 문제점도 그대로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통합된 지 4년이나 됐지만 주목할 만한 자구노력이나 경영합리화가 단행됐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공사가 추진 중인 1500명 인력 구조조정 등도 노조 반발로 진전이 없다.
공사 감독권과 요금 책정권한까지 가진 서울시부터 문제를 키워왔다. 경영상 ‘적색 지대’로 뻔히 들어서는데도 최소한의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공사 구조조정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요금 조정도 모두 ‘NIMT(내 임기 중엔 불가)’였을 뿐이었다. 지방공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도 서울지하철에 대해서는 부채한도를 더 높여주는 ‘특혜’나 줬을 뿐, 빚 감축 이행계획 등을 제대로 요구하지 않았다. 시의회까지 실상을 외면하면서 편리 뒤에 빚만 쌓아왔다. 93%가 적자인 서울 노선버스와 더불어 수도 대중교통의 양축이 동반 부실덩어리가 된 것이다. 전국 지하철·시내버스가 같은 위기에 처해있다.
이대로 가면 안전문제도 심각해진다. 자금부족으로 노후 차량 교체조차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요금체계 현실화를 비롯해 운행조정, 공사 군살빼기가 시급하다. 서울시도 수십조원 예산을 엉뚱한 데 낭비 말고 제대로 써야 한다. 승객 한 명 태우는 데 2020원 드는데, 기본요금은 수년째 1250원이다. 과연 지속가능한 서비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