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화산처럼 끓고 있는 중남미

입력 2021-07-06 17:34
수정 2021-07-07 00:17
시장은 고요해 보이지만 사회적 긴장감이 극에 달한 곳이 있다. 중남미다. 중남미의 경제지표는 꾸준히 좋아졌다. 채권 시장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거리에서는 시민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중남미의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률은 신흥시장의 중간값보다 네 배 높다. 중남미에서 6억5000만 명이 인도주의적 재난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남미의 자본투자는 정체를 맞았다. 이미 낮은 수준의 생산성은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중남미의 아이들은 1년6개월 가까이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미국은커녕 아시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내년 경제 회복 불투명중남미의 경제지표를 다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겉보기엔 회복이 진행 중인 것 같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작년보다 나아진 것뿐이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남미의 국내총생산(GDP)이 4.6%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에는 이 전망치를 6%로 올려 잡았다.

하지만 경제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1인당 GDP를 살펴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남미 경제는 내년 또는 그 이후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남미가 직면한 정책적 과제를 이해하려면 대표 격인 브라질과 멕시코를 보면 된다. 표면적으로 브라질과 멕시코 정권의 정치적 성향은 극과 극이다. 브라질은 보수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멕시코는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

하지만 두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변덕스러운 독재자라는 점이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각종 경제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같다. 물론 현재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멕시코 정권은 다시 중도파의 손아귀에 넘어갈 수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 두 국가의 정치적 미래는 예측 불가다. 지속가능한 세수 확보가 중요이렇게 불확실성이 큰데도 왜 중남미의 채권 시장은 흔들리지 않는 걸까. 부분적으로는 두 국가 모두 상당히 보수적으로 부채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브라질 부채가 GDP의 100%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브라질 화폐로 표시했을 때의 기준이다. 전체 부채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하며 심지어 기업의 외채조차 억제됐다. 브라질 정부의 외부부채 비중은 전체 GDP의 40%에 불과하다.

멕시코 정부의 부채(공채)는 GDP의 60% 수준으로 브라질보다 낮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만큼이나 재정적으로 보수적이다. 부채 위기가 대중영합주의자의 혁명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남미 지역 정부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놀랍도록 강력한 거시경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정부는 미국처럼 재정적자를 계속해서 활용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세수를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콜롬비아에서 최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지급하는 수당을 깎아서가 아니라 중산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Project Syndicate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