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일 국립대전현충원 참배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민생 행보를 본격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대전현충원 현충탑부터 천안함 46용사 묘역,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등까지 찾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참배를 마친 후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공정과 상식을 가지고 바로 세워서 국민들과 후손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한국과학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겨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는 '탈원전' 정책을 정조준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에도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장기간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됐어야 하는 에너지 정책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문제"라며 "무리하고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재고되고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에너지라는 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천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대전 유성구 라도무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탈원전 정책을 재차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대전 도심에 원자력 연구원 있고 방사능 유출 사고 일어나서 주민 불안해한다"는 지적에 "상당히 전문가 영역이긴 하지만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지금은 아마 원전 자리 잡고 있는 지하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핵폐기장 처리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도 안전한 기술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장래에는 큰 문제 없지 않나. 거기에 관련된 기술 우리나라 연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그간 화두가 됐던 '충청대망론'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운을 뗐다. 그는 "서울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500년 전부터 저와 부친과 사촌들까지 뿌리는 충남에 있다"며 "충청인들이 충청대망론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굳이 옳다 그르다 비판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지역민의 정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는 "어차피 세종이 행정복합도시로서 출발했고, 국회와 중요 행정부처 거리도 너무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 소통에 비효율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기나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 더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크게 봤을 때는 의회와 행정부처가 지근거리에 있어야 의회주의가 구현되고 행정 효율성을 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이날 청년과의 대화를 주요 행보로 채택한 것과 관련, '중장년층 대비 낮은 청년 지지율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치 활동을 하면서 지지율에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역대 어느 세대와 비교해도 지금 청년 세대가 가장 경쟁력이 있고 우수한 사람들도 많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청년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고 기여할 여건을 만드는 데 기성세대가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관련 질문에 "입당 여부와 시기 문제에 대해 지금 저는 전혀 아이디어가 없다"면서 "제가 정치 시작한 만큼 많은 분 만나고 각 지역에 경제 현실 살펴보고 정치적 선택 문제 방법론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정권교체 도움 되는지 판단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말하는 공정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저는 이준석 대표 공정에 관한 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고 그 부분도 바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준석 대표가 청년 세대들이 느끼는 어떤 불공정에 대한 느낌은 입시나 취업이나 하나의 필드에서의 그 경쟁에서 공정한 기준에 따라서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그런 경쟁에서 공정을 많이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생애 전 주기 봤을 때 노력하면 점점 좋은 집에 월세에서 전세로 자가로 점점 좋은 집 옮겨가고 보수가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고 작은 기업에서 노력하면 큰 기업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과연 공정한 기회 받고 있냐는 전체 시스템에서의 공정이라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의 공정과 국가 전체 생애 전 주기에 대한 공정에 관심을 두고 시스템 구축해 가야 국민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윤 전 총장은 부인 김건희 씨가 X 파일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겠나 싶다"고 말했다.
앞서 김건희 씨는 자신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쥴리'였다는 X파일 의혹과 관련해 '소설'이라고 단언하며 "석사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씨가 '쥴리'를 직접 거론한 것과 관련해 "본인 입으로 물꼬를 터버렸으니까 이제 그 진위를 국민이 집요하게 검증하려고 들 것 아닌가"라며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