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빅테크와 핀테크의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에 대출 상품을 공급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만일 대출을 공급한다면 앞으로 빅테크·핀테크 회사에 대출 상품을 제공만 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고, 과당경쟁이 벌어져 결과적으로는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앞장서 '불참 선언'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은행들은 대출액의 0.6%에서 최대 2% 포인트 가량을 플랫폼 업체에 지급해야하는 판매 수수료가 가장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 상품인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전혀 지지 않는 플랫폼 업체가 이익을 얻어간다는 점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빅테크 핀테크 업체가 운영하는 민간 금리 비교 플랫폼에서 보유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대출 이동을 부추기거나, 수수료와 리워드를 통해 금융사 간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갈아타기 서비스 자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 빠지겠다는 인상을 주는 것 자체가 은행으로선 쉽지 않은 일인데다, 소비자를 위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의 명분을 지나치게 반대하는 인상을 주는 것도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 은행은 최근 '신중하게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참여를 검토 하겠다'고 바뀐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위는 올초부터 갈아타기 시스템을 만드는 금결원과 은행, 핀테크 업체를 대상으로 '대출 이동제'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들어왔다. 금융사들은 갈아타기 서비스가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의 바뀐 신용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금리를 산정하기 어려운 문제 △금융기관 자체 플랫폼 고객 이용률 감소 가속화로 금융기관 자체적인 플랫폼 개선 의지 약화된다는 문제 △2금융회사의 경우 갑작스러운 고객의 대량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최근 금융위에 은행 자체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금결원 주도의 별도 플랫폼을 만들면 빅테크와 핀테크 플랫폼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아낀 수수료 만큼 소비자 금리를 더 깎아줄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금결원 주도로 은행들이 연합해서 만드는 대환 플랫폼을 '공공 플랫폼'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그만큼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의 공공성이 크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완전한 금리'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반발이 극심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정보 비대칭성을 통해 대출 소비자에게 '최대한의 금리'를 제시해 수익을 얻어왔는데, 투명하게 금리가 공개되면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대표 대출상품, 중금리 대출, 소액대출 등 품목별로 대출 상품을 1종씩만 플랫폼에 제공하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금융위는 5대 대형은행과 지방은행 대표(대구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금융결제원, 은행연합회 등을 불러 논의를 갖기로 했다. 예상보다 은행들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금융위가 은행들을 위한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은행,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방안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빈난새/정소람/김대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