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삼성전자 연합’ VS ‘일룸·LG전자 연합’.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4일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문을 연 리빙전문관 ‘메종 동부산’이 국내 가구·가전업체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직야구장보다 큰 1만3530㎡(약 4090평) 규모의 메종 동부산에는 국내 가구·가전 35개 브랜드가 총집결했다. 선두 가구업체들은 삼성·LG전자 등과 손잡고 ‘통합쇼룸’까지 꾸미는 등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업계에서 처음으로 초대형 리빙전문관을 부산에 선보인 롯데백화점은 연내 수도권에 2호 리빙전문관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의 부촌을 테스트베드 삼아 수도권 ‘북상’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가전·가구 경연장 된 리빙전문관메종 동부산은 옥상 펫파크 등 일부 레저시설을 제외한 공간을 리빙으로 채웠다. 입점한 리빙 브랜드는 35개. 그중 가구 브랜드가 27개로 가장 많다. 한샘, 일룸 등 국내 유명 브랜드 외 덴마크 고가 브랜드 템퍼 등 해외 브랜드들도 들어왔다. 삼성·LG전자 등 가전 브랜드는 5개, 침구 등 홈데코·홈패션 브랜드는 3개다.
지난달 24일 찾은 메종 동부산에선 층별로 ‘리빙 연합’이 구축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1층에는 일룸과 시디즈 등을 보유한 퍼시스그룹이 LG전자와, 2층에는 한샘이 삼성전자와 각각 손잡고 마련한 ‘통합 쇼룸’이 대규모로 구성됐다. 한샘 디자인 파크의 모델하우스에는 삼성전자 비스포크 가전이 들어가고, 한샘 매장 바로 옆에 삼성전자 가전 매장이 자리한 식이다. 인테리어-가전-가구로 동선을 연결해 소비자가 한 층만 돌아도 집에 관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시몬스, 에이스 등 가구 매장들은 체험적인 요소를 강화했다. 같은 소파도 소비자들이 색상과 소재를 비교하고, 여러 소재의 침대 매트리스에 직접 누워볼 수 있게 했다. 백화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리빙’
리빙은 백화점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산업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홈퍼니싱(집꾸미기)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유통가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백화점들이 과거 건물 고층부에 두던 리빙매장을 확대하거나 별도로 마련하는 것도 이런 시장 수요 변화를 겨냥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2019년 타임스퀘어점의 건물 두 개 중 한 개를 통째로 리빙관으로 바꿨다. 현대백화점은 천호점과 디큐브시티점에 그룹 계열사 현대리바트의 경쟁사인 이케아 대규모 매장까지 들였다. 고가인 데다 정확한 크기와 색감이 중요한 가구는 쿠팡 등 e커머스에서 선뜻 사기 어려운 품목이다.
메종 동부산이 있는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부산에서 관광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지역이다. 관광 및 쇼핑 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며 해운대 등 전통 부촌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메종 동부산 건너편에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롯데마트가 있고, 뒤로는 롯데월드 부산이 오는 9월 문을 연다.
부산은 리빙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아 ‘첫 시도’를 하기 적합하다는 내부 판단도 작용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롯데몰 동부산점의 리빙 상품군 판매율은 전국 평균보다 10% 높다. 메종 동부산은 개장 열흘(6월 24일~7월 4일) 만에 7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저력을 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부산의 경험을 발판 삼아 수도권에 두 번째 메종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