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또 연기, 못 믿을 싸이월드…'싸이코인' 투자자들 탄식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입력 2021-07-05 17:00
수정 2021-07-0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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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빠지네요." "진짜 너무하네."

이른바 '싸이월드 코인'으로 통하는 암호화폐 싸이클럽(CYCLUB) 투자자들이 모인 공식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5일 탄식이 쏟아졌다. 싸이월드 운영업체 싸이월드제트가 "금일 오후 6시로 예정된 '자동 로그인 서비스'를 4주 연기한다"며 "8월 2일 저녁 6시 오픈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다.

당초 싸이월드 측은 이날부터 로그인 기능이 살아나고 회원이 보유한 사진·동영상·댓글·배경음악·도토리 수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약속한 시점을 2시간 30분 앞두고 돌연 연기를 발표했다.

싸이월드가 밝힌 연기 사유는 '해킹 공격'이다. 회사 측은 보도자료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발 해킹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30여건, 5일 오전 80여건 등이 해킹 시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불똥은 암호화폐 시장의 '싸이월드 테마주' 격인 싸이클럽으로 튀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싸이클럽 가격은 하루 전보다 12% 급락해 33.5원을 기록했다. 싸이클럽 투자자 상당수는 싸이월드 서비스가 다시 인기를 얻으면 코인 값이 뛸 것을 기대하고 돈을 넣은 상태다.

싸이월드제트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스카이이앤앰, 인트로메딕 등 5개 기업의 합작법인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주주는 시원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9년 서버 운영비를 내지 못해 아예 접속이 끊긴 옛 싸이월드의 운영권을 올 1월 10억원에 인수했다. 임금체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제완 전 대표가 갚아야 할 돈이 딱 10억원이었다.

이 회사는 싸이월드에 블록체인 기술을 얹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서비스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사업을 함께 들고나왔다. 새로운 코인 '싸이도토리'를 개발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싸이월드제트는 MCI라는 알트코인(비주류 암호화폐)을 만든 MCI재단과 '싸이월드 코인 발행 계약'을 맺었다. 이후 MCI 코인은 싸이클럽으로 리브랜딩(코인 이름 변경)만 마친 뒤 빗썸에서 계속 거래되고 있다. 싸이월드제트의 등기이사에는 MCI재단 대표, MCI재단과 협력관계를 맺었던 기업·협회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회사 측은 "싸이도토리가 추구하는 메타버스 생태계에 여러 패밀리 코인이 필요하고, MCI는 그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암호화폐업계 일각에서는 '싸이월드 호재'만 보고 관련 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과 달리 사업 계획이 검증되지 않았고 가격 변동성도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싸이클럽 일부 투자자는 "가격이 떨어지면 추매(추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싸이월드제트는 인수합병(M&A) 직후 서비스 개시 시점을 3월로 못박았다가 5월, 7월, 다시 8월로 계속 미뤘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해킹 공격은 모두 막았으나 단 하나의 개인정보라도 유출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며 "오픈을 미루고 기존 보안 시스템을 최상위 단계로 올린 다음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