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도쿄·주말은 시골…일본서 뜨는 '듀얼 라이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1-07-05 15:22
수정 2021-07-05 15:28

일본에서 도시와 지방 2곳에 주거지를 두고 생활하는 '듀얼 라이프(복수거점 생활)'가 확산하고 있다. 인구 감소를 늦추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려는 기업의 지원이 보태지면서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별장이 보편화하는 모습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복수거점을 두고 생활하기를 희망한다'는 일본인의 비율이 2018년 11월 14%에서 2020년 7월 27.4%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도입 등 일하는 방식의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복수거점 생활이 실현가능한 선택지가 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중장년 부유층의 생활양식이었던 듀얼 라이프의 계층과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 최대 인재중개 기업인 리크루트가 복수거점 생활자 4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연간 수입이 600만엔(약 6100만원) 미만인 사람이 34.4%에 달했다. 600만~800만엔인 사람도 18.2%였다.

연령별 분포도 20대 27.9%, 30대 29.1%, 40대 16.5%, 50대 13.1%, 60대 13.3% 등으로 다양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복수거점 생활자들을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내놓고 있다. 두번째 거주지를 월 1회 이상 이용하는 거주용재산으로 인정받으면 연간 30만엔(토지와 건물 평가액이 2000만엔인 재산 기준)이 넘는 자산세를 수만엔으로 줄일 수 있다.

나가노현 사쿠시는 복수거점 생활자들에게 월 2만5000엔 상한으로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 승차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치기현 도치기시는 빈집을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의 절반을 50만엔 한도로 부담한다.

2곳의 지역에 주택을 보유하더라도 주민세는 원칙적으로 한 곳에만 낸다. 복수거점 생활자 유치가 세수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소멸위기에 놓인 지자체가 복수거점 생활자를 유치하면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고 늘어나는 빈집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전국 지자체들도 복수거점 생활을 촉진하기 위한 협의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부동산 회사인 미쓰비시지쇼는 2019년부터 근무시간의 10% 이상을 통상 업무 이외의 활동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시행 이후 듀얼 라이프를 즐기는 직원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게임개발업체 테크로스는 영업 본부가 있는 도쿄와 개발 본부가 있는 교토 양쪽에 거주하는 사원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다.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워라벨(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상적인 생활양식으로 여기던 직장인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일과 생활을 일체화시키려는 것이 복수거점 생활의 확산 배경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