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02일(10: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6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 현대삼호중공업이 투자자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기관 투자가들이 낸 매수 주문은 모집액의 4배를 넘었고, 발행 금리는 같은 신용등급의 다른 채권들보다 1%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게 됐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이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209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300억원 규모 2년물에 1100억원, 200억원 규모 3년물에 990억원의 수요가 모였다. 수요예측이 크게 흥행하면서 현대삼호중공업은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최초 모집액 기준 낙찰 금리는 2년물은 연 2.80%, 3년물은 연 3.19%다. 신용등급 BBB+ 회사채 등급민평보다 각각 1.89%포인트와 2.18%포인트 낮은 금리다. 1000억원까지 늘려 발행해도 등급민평보다 1% 이상 낮은 금리에 발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유효등급이 BBB+지만 투자자들이 등급 상향 가능성을 높게 보고 낮은 금리에 주문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을 BBB+(안정적),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는 A-(안정적)으로 부여받아 등급이 갈렸다. 이른바 등급 스플릿이다. 이럴 때 낮은 쪽 등급을 유효등급으로 보는 게 업계 관행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현대삼호중공업을 BBB+ 채권보다는 A- 채권에 가깝게 금리를 평가했다.
재무 구조가 양호하고 조선 업황이 개선되더 터라 이번 공모채 발행 전부터 투자자들의 시선은 우호적이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2월 사모채를 발행할 때도 2년물은 연 3.50%, 3년물은 연 3.90%의 금리를 적용해, BBB+ 등급민평보다 낮게 발행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998년 설립돼 2002년 현대중공업 계열로 편입됐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이 지분 80.5%를 보유하고 있다. 전라남도 영암군에 본사와 생산시설을 두고 탱커선, 컨테이너선,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을 건조하고 있다. 2017년 말 수주 잔액이 3조5111억원까지 줄었지만 올해 3월 말에는 8조109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번 채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의 하나인 녹색채권으로 발행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조달한 자금을 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건조에 투입할 예정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