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값이 13%가량 급등해 1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와 전셋값 급등의 영향으로 작년 전체 상승률을 넘어섰다.
4일 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2.97% 올랐다. 2002년 16.48%를 기록한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 최고 상승률이다. 작년 상승률(12.51%)을 이미 넘어섰다. 월간 기준으로도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2.42% 올라 2006년 12월(3.63%) 후 14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경기와 인천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경기의 상반기 누적 상승률이 15.35%에 달했다. 시별로는 3기 신도시인 7만 가구 규모의 광명시흥신도시 조성이 발표된 시흥이 24.53% 급등했다. 이어 △고양(21.38%) △동두천(20.58%) △의정부(20.37%)가 20%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구별로 범위를 넓히면 고양시 덕양구(25.49%)가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 ‘신원마을1단지 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7억9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작년 12월 2일 6억85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6개월 새 1억원 이상 올랐다. 현재 호가는 최대 10억원에 달한다. 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덕양구 아파트들은 GTX-A 노선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송지구 신원동에 신분당선 삼송역에서 연장되는 신설 역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인천도 올 상반기에 14.9% 올랐다. 상승률이 작년 한 해(8.02%)의 두 배에 달했다. 송도신도시가 있는 연수구(20.69%)를 비롯해 부평구(16.13%) 계양구(15.42%) 서구(15.3%) 등의 상승폭이 컸다. 연수구 송도동의 ‘e편한세상 송도’ 전용 70㎡는 GTX-B 노선 기대로 지난달 7억1800만원에 거래됐다. 올초 매매가격 6억5000만원에 비해 6800만원 올랐다. 서울은 올 상반기 8.43% 올라 작년 같은 기간 상승폭(2.61%)의 세 배를 넘었다.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상승해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웃돌았다.
GTX 등 교통 호재와 함께 전세난도 집값을 끌어올린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이날 기준 통계를 보면 한 달 전보다 아파트 매물은 서울 3.2%, 경기 7.3%, 인천 7.2% 감소했다. 수도권 전셋값도 올해 상반기 7.14% 상승해 ‘전세 대란기’로 꼽히는 2011년(7.88%) 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2차 추가경정예산 33조원 편성 등 유동성이 축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전셋값이 안정되지 않는 한 매매가격이 잡히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