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복지정책, 지속불가능" 학계 비판에 정부 답해야

입력 2021-07-04 17:17
수정 2021-07-05 07:00
지난 주말 한국재정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나온 학자들의 정부 비판은 규탄에 가까웠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복지지출만 늘리고 개혁은 전혀 안 한 탓에 다수의 사회보험과 복지제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한탄으로 가득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조세·복지·재정 연구자들은 정부의 미래 인식이 너무 안일하고 인기영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자들 지적대로 미래 세대의 부담이 불 보듯 뻔한데 보장만 늘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복지의 몫을 갉아먹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제도를 망가뜨리는 길이다.

이 정부는 단 한 번도 복지제도를 개혁한 일이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998년과 2007년에 각각 국민연금을,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 것과 대비된다. 앞선 정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해야 할 일을 했지만 문 정부는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연금만 해도 부처의 보험료 인상안을 청와대가 나서서 국민 눈높이 운운하며 퇴짜 놨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증세로 메우겠다’며 여론을 간보고 있다. 보험료도 못 올리면서 훨씬 어려운 증세를 하겠다는 말을 믿으란 말인가.

학회에선 정부가 복지재정 악화의 실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020~2060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보면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재정 전망이 완전 누락돼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조원가량 쌓여 있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고갈이 몇 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18년 20조원이던 건강보험 적립금도 3년 내리 적자로 내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 추세라면 2060년 사회보장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8.6%로 스웨덴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조세부담률을 지금 수준에서 묶는다 해도 사회보험료와 세금부담액을 합치면 GDP의 42.1%로 치솟을 전망이다. 한 달 전 한국연금학회 학술대회에서는 “현재 국민연금은 ‘폰지게임(다단계 금융 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금개혁을 방치하면 그리스 같은 국가부도 위기가 덮칠 것이란 경고도 잇따른다. 그래도 TV에선 ‘정부가 준비한 돈 받아가라’는 광고가 나오고 포용 정책 자랑이 넘친다. 정제된 언어를 벗어나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학자들의 울분을 이번에도 모르쇠 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