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기존의 학교급식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함께 군 전용 '장병급식 전자조달 시스템'(MaT)을 개발한다. 군대 내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기존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군에 식자재를 납품하던 농축수협뿐 아니라 다수의 공급자들이 참여하는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학교처럼…식재료 공급자들 경쟁 입찰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일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제8기 대한민국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에 보고했다고 4일 밝혔다.
그동안 국방부는 매 연말에 전군 급식정책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이듬해에 뭘 먹을 지 농협과 결정한 뒤 수의계약을 맺고 식재료를 공급을 확정했다. 일종의 계획생산인 셈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메뉴'를 먼저 정하고 식자재를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식재료를 가지고 메뉴를 만드는 식이 됐다. '군에선 14개 메뉴만 있다'는 소리가 나온 이유다.
국방부는 "부실급식 논란 초기에는 배식의 실패, 관리 실패라는 판단에서 출발해 급식비 확대를 거쳐 개인의 선호와 취향을 반영한 메뉴 개발로 이어진 것"이라며 "현재 군 장병들은 주로 2000~2002년에 태어났는데 학창시절 질좋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경험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 '선(先) 식단평성-후(後) 식재료 경쟁조달'체계로 변화시킨다는 의도다.
2022년까지 '군방병 전자조달 시스템 구축'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약 1000여개의 전국 농축수협 중 군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농축수협은 90여개(전체의 약 9%) 수준이다. 1년 단위의 수의계약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품조합(공급자) 변경 없이 지속됐다.
또 현재 군단급(약 3만명 규모) 단위를 동일 급양대로 편성해 이들 산하 사단·여단·대대들은 모두 동일한 식사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면 보다 작은 단위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다양한 메뉴를 시도할 것으로 국방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는 "2022년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개발해 군수 및 재정 관련 기존 군 정보체제와 연동하면, 식단편성-입찰-계약-정산까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병들 닭다리 선호하는데 마리당 공급 국방부는 식재료 공급 방식을 변경하면서 젊은 MZ세대 장병들의 선호도도 대거 반영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돼지, 닭 등 축산물은 그동안 '마리당 계약'으로 통채로 공급받았다. 돼지도 목살, 등심 등 골고루 들어올 수 밖에 없다. 반면 장병들은 닭다리와 삼겹살 등 특정 부위를 좋아해 나머지는 잘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육류 등은 전량 국내산으로만 납품돼 상대적으로 충분한 양을 제공하지 못했다.
수산물은 비싼 단가에 비해 장병들이 잘 먹지 않아 비용 대비 만족도가 낮은 대표적인 품목이다. 우유도 장병들의 선호도가 낮은 흰우유가 연간 393개(1일 1.2개) 제공되면서 장병들의 기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돈가스, 햄, 된장, 고추장 등 41개 품목과 조미김, 햄슬라이스, 치킨너겟 등 6개 품목은 엄격한 구매요구서와 중소기업 제품, 보훈·복지단체 제품만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장병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먹었던 익숙한 제품들은 선택할 수 없는 구조였다. 쌀 소비 차원에서 공급되는 쌀 생일케이크, 쌀 햄버거빵, 쌀 건빵, 떡 등은 모두 장병들이 선호하지 않는 쌀 함유 제품들이다.
국방부 물자관리과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나 해수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부처와 앞으로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들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을텐데 지금 세대의 장병들에게 최상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다소 부처간 이견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조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국방부는 올 하반기 영양사 47명을 추가 채용하고 10개 대규모 군 교육훈련기관 10개에 대해서는 민간위탁을 시범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오븐이나 야채절단기 등 조리기구 확충 및 조리병 증원도 추진한다.
문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