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새 확진자 두 배 넘게 폭증…접종률 낮은 젊은 층이 감염 진원지

입력 2021-07-02 17:45
수정 2021-07-03 00:38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확진자 수가 뛸 때마다 “방역에 힘써달라”고 호소한 사람은 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질병관리청장이었다.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마이크 앞에 선 건 그동안 여섯 번뿐이었다.

2일 김부겸 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작년 11월 정세균 총리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국무총리가 나섰다는 건 그만큼 요즘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뜻한다.

몇 가지 숫자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먼저 확진자 수. 지난 1일 하루 동안 826명이 나왔다. 올 1월 6일(869명) 후 176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지역발생 확진자(765명)의 80%가 수도권에서 나왔다. 최근 1주일간 수도권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509명으로 1일부터 적용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500명 이상)에 처음으로 들어섰다.

기초감염재생산지수도 ‘경고음’을 울리는 지표 중 하나다. 감염자 한 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 수를 뜻하는 이 지수는 최근 1주일 평균 1.2를 넘어섰다. 이 지수가 1 이상이면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기초감염재생산지수 1.2는 예방접종 완료자가 지역사회에 20% 이상 분포돼야 유행을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이라며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확진자가) 매우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열흘 전만 해도 300명대에 그쳤던 하루 확진자 수가 두 배 이상 불어난 핵심 요인으로 방역당국은 ‘젊은 층’을 꼽았다.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층 중 일부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방역 피로감’에 질려 방역수칙을 소홀히 한 게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지난 1일 확진자 826명 중 340명(42.9%)이 20~30대였다. 40대를 더하면 비율은 61.0%로 올라간다. 권 부본부장은 “수도권에서 젊은 연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주점을 중심으로 감염이 증가하고 비수도권 지역으로 전파된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델타 변이는 영국발(發)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60% 강하다.

방역당국은 델타 변이의 국내 확산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델타 변이가 유행하고 있는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가 급증(6월 10일 15명→7월 1일 61명)하고 있는 데다 내국인 간 델타 변이 감염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델타 변이 감염자는 263명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델타 변이 유행을 차단하지 않으면 대규모 유행으로 전파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거리두기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8일로 연기한 수도권 ‘새 거리두기’ 시행 시점을 추가 연장하거나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린 뒤 전격 시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