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살까, 말까…'판단의 성공률' 높이는 방법

입력 2021-07-02 17:42
수정 2021-07-14 16:38

카카오 주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투자자 A씨는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사자’를 주장한다. 반면 증권업 종사자 B씨는 “올 들어 주가가 100% 넘게 뛰었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맞선다.

주식시장엔 사자와 팔자가 공존한다. 어느 한쪽만 있으면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 누군가는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돈을 넣는다. 그 사람이 주식을 사면 다른 누군가는 이제는 돈을 뺄 때라고 판단해야 한다.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가름난다. 여기서 ‘시간’의 길이도 변수다. 짧은 시간을 기준으로 승패를 가를 수도 있지만 장기투자로 접근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A씨는 후자다. 단기간엔 주가가 등락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카카오의 가치는 결국 주가를 한두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증권가에서도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분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자회사 상장이 이뤄지면 지분 가치 디스카운트로 인한 주가 하락 우려가 존재하지만 카카오톡이 비즈니스 앱으로 재탄생할 것이란 분석이다(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

모빌리티가 중장기 성장의 토대를 제공할 것이란 주장(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나왔다. 가맹택시, 대리운전 외에 주차, 정비, 전기차 충전 등 막대한 애프터마켓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두 증권사는 카카오 목표주가로 19만원을 제시했다.

B씨는 “이쪽(증권업계)에서 일할수록 ‘이거 좋다, 얼마 간다’는 말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절감한다”며 “장밋빛 전망은 여러 가정이 충족돼야 실현된다는 점을 투자자는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A씨가 이번엔 투자 대가들의 투자지침서를 들고 나왔다. 유명 서적들이 제시한 과거 데이터를 보면 향후 10년 이상 강세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코스피지수 10,000 시대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지금이 대세 상승장의 초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카카오 같은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게 내키지 않으면 상장지수펀드(ETF)로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주식투자를 ‘책’으로 배운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게 있다”며 “그냥 운이 좋아서 한두 번 투자에 성공한 것을 자신이 공부한 결과로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런 착각에 빠져 호된 실패를 맛본다고 했다.

B씨는 ETF로 시장에 장기투자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투자를 시작할 때의 마음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투자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나는 내 투자의 논리가 있다”는 주장(A씨)과 “그런 논리가 어설픈 것일 수 있으니 더 신중하고 조심하라”는 반박(B씨)으로 요약된다.

어느 쪽이 더 옳을까. 이 문제를 도박과 주식투자의 차이로 생각해보자. 도박은 홀짝을 맞히는 게 많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룰렛이나 경마처럼 여럿 중 하나를 맞히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확률이 정해져 있다.

도박을 하는 사람에게 그 확률은 정해진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 자신은 그중 하나를 골라 결과를 운에 맡긴다.

주식투자는 다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확률을 높이려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종목은 분석보고서와 기사를 챙겨봐야 한다. 시장과 종목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영어 단어 ‘인폼드(informed)’는 ‘무엇에 대해 잘 아는, 박식한, 정통한’ 등으로 번역된다. 주식투자에서 확률을 높이려면 인폼드해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