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소속사 하이브(전 빅히트)를 향한 팬들의 불만과 불신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여자친구 팬클럽 회원 22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방탄소년단의 신곡 '버터(Butter)' 로고가 새겨진 쿠키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구체적인 판매 방식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최근 하이브가 오픈한 전시관 하이브 인사이트의 홈페이지에 위와 같은 사과문이 게재됐다. 직접 '혼선'이라고 언급하며 '버터' 쿠키 판매와 관련해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하이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이브 인사이트는 지난달 22일 한정판 '버터' 쿠키 출시를 알렸다. 공지문에는 6월 24일, 7월 1일 양일간 하이브 인사이트 내 뮤지엄샵에서 방탄소년단의 신곡 제목인 '버터' 로고가 새겨진 버터 쿠키를 한정 판매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해당 버터 쿠키를 파는 뮤지엄샵은 최소 2만2000원의 하이브 인사이트 입장료를 내야만 이용 가능하다. 이미 하이브 인사이트를 다녀온 팬일지라도, 한정판 버터 쿠키를 사기 위해서는 추가로 티켓을 구매해 재방문해야 했다. '티켓 끼워팔기'라는 느낌을 씻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한정판'이라는 말은 팬들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그러나 하루 뒤 "버터 쿠키 판매 방식 대공개"라는 내용의 추가 공지가 팬들의 설렘을 단숨에 분노로 바꿨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버터 쿠키의 구매 기회를 선착순이 아닌,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전 공지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하이브 인사이트는 시간대 별로 인원을 나누어 입장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 굿즈가 선착순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미루어, 첫 번째 공지를 본 팬들은 자연스럽게 선착순으로 구매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해 오전 시간대에 맞춰 예매를 진행했던 바다. 하지만 뒤늦은 '추첨 판매' 공지에 2만2000원을 주고 부리나케 오전 입장 티켓을 예매한 팬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예매 하루 전에는 취소가 불가능한 방침 때문에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음 날 예정된 시간에 하이브 인사이트를 방문해야만 했다. 한정판 버터 쿠키로 티켓 판매를 유도해놓고 결국 "운에 맡기라"고 뒷통수를 때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오전 회차에만 집중될 수 있는 구매 기회를 마지막 회차까지 고르게 제공하고, 리셀러 구매 방지 및 구매처 혼잡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하이브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공지 후 예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알렸다는 점은 명백한 잘못으로 보인다. 결국 첫 번째 공지가 나간 후 쿠키 판매 첫날 티켓을 예매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방탄소년단에 대한 인기가 정말 높지 않느냐. BTS '버터' 쿠키라는 이름으로 한정판을 강조하면서 판매 방식을 뒤늦게 알리는 것은 소비자와의 신뢰를 져버리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설명이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팬덤은 엄청 적극적인 성향을 지닌다. 소속 아티스트가 인기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팬들은 소비자 의식이 강한, 행동하는 소비자다"면서 "반복해서 불만을 경험하다 보면 애호가 반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여자친구 팬클럽 22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사과한 일도 있었다.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팬 플랫폼 위버스샵에서 여자친구 팬클럽 멤버십 환불을 진행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약 9분간 회원 22명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것. 이에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은 22명에게 메일을 보내 유출된 개인정보 항목, 유출된 시점과 경위, 개인정보처리자의 대응조치, 보상안 등을 안내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된 대로 피해자들에게 개별 안내했지만, 분노한 팬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위버스샵에는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 이름으로 사과문이 올라왔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는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서면 등의 방법으로 유출된 항목, 시점과 경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주체가 할 수 있는 조치, 개인정보처리자의 대응조치 및 피해 구제 절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 담당 부서 및 연락처 등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조치를 한 후 지체 없이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중 한 명인 A씨는 한경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소속사에 배신감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하루가 지나서야 메일로 안내가 왔다. 피해자들에게 조금 더 빨리 알릴 수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소비자임과 동시에 오랜 시간 아티스트와 유대를 쌓아온 팬이지 않느냐. 이번 사건을 겪으며 조금 더 투명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팬들을 단순히 굿즈를 사주는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유출 건과 관련해서는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 교수는 "개인정보보호 담당자를 철저하게 교육해야 한다. 특히 신용·금융 정보라면 형법에 저촉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굿즈 판매와 관련해서도 "팬들은 가격이 부담스럽더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샵을 운영하는 거라면 팬들이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마음에 보답하는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