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LG폰 보상' 꺼내든 애플…작정하고 삼성 겨눴다

입력 2021-07-02 11:02
수정 2021-07-02 18:09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LG전자의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애플이 해외에서도 LG폰 대상 중고 보상 프로그램 카드를 꺼내들었다. 애플의 기조와 동떨어진 보상 정책을 한국 시장에 한정된 '로컬 전략'이 아닌 '글로벌 대응'으로 택한 것. 삼성전자를 직접 겨눴다는 분석이 나온다.애플, 해외서 LG폰 대상 최대 '180달러 보상'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LG폰 중고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제품별로 △LG V40 씽큐 65달러(7만4000원) △LG G8 씽큐 70달러(8만원) △LG V50 씽큐 5G 125달러(14만1700원) △V60 씽큐 5G 180달러(20만4000원)가 보상금으로 책정됐다.

지난달 31일부로 모든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LG폰의 점유율을 흡수하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LG폰은 북미 지역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애플은 파격 보상 정책을 통해 홈그라운드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기회로 삼은 셈이다. 북미 LG폰 사용자들을 애플로 끌어들여 삼성전자에 현지 시장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14.7%의 점유율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삼성전자(33.7%)와 애플(30.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처시가 발표한 올 1분기 북미 지역 점유율에서는 애플이 점유율 55%로 1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가 28%로 2위, LG전자가 7%로 3위에 올랐다.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본격 보급을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존 LG폰의 10% 내외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놓쳐선 안 되는 상황이다.LG폰 보상책 시행 후 점유율은 애플↑ 삼성↓ 중고 LG폰 보상 경쟁은 국내에서 먼저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28일 LG폰을 대상으로 '중고 추가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다. LG폰 이용자가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인 갤럭시S21 시리즈와 갤럭시Z폴드2, 갤럭시Z플립5G, 갤럭시노트20 시리즈를 새로 개통하고 사용하던 기기를 반납하면 중고폰 시세에 추가로 15만원을 보상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애플도 즉각 대응했다. 애플 역시 같은날 LG폰을 반납하고 아이폰 시리즈로 교체한 이용자에게 중고가에 보상금 1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중고 보상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교체 가능한 모델은 아이폰12와 아이폰12 미니 두 가지다.


국내 상황은 일단 애플이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중고 보상 프로그램을 LG폰으로 확대한 이후 애플의 국내 판매대리점 주간 점유율(이동통신사 직판 제외한 대리점 개통물량)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라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주간 점유율은 3주 연속 오름세다. 특히 6월 1주차 주간 점유율은 11.9%로 전 주 대비 4.5%포인트 급등했다. 주간 점유율 10%대를 회복한 것은 12주 만이다. 이는 통신사 직판을 제외한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아이폰 점유율은 더 크게 뛴다. 6월 2주차 점유율도 전 주 대비 1.7%포인트 늘어난 13.6%, 6월 3주차에는 14.4%에 달하는 등 우상향 중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주간 판매 점유율은 86.4%(6월1주차)→84.2%(6월2주차)→83.3%(6월3주차)로 3주 연속 감소했다. 여전히 점유율 자체는 높지만 상당수 LG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갈아탄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안팎으로 애플 공세에 직면"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어떤 회사냐. '보상' 정책은 그동안 애플이 고수해온 마케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애플이 LG폰 철수를 계기로 한국에선 반등을 꾀하고, 북미에서는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은 다음달 LG전자의 유통 자회사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판매가 유력한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애플의 공세에 직면했다"며 "LG폰 점유율이 크지 않다고 안일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 보상을 더 하든 혜택을 더 주든, 어떤 형식으로든 마련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