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가치가 또다시 급등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움직임에다 코로나19 변이까지 재확산하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3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92.41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한 달간 2.7% 상승해 2016년 11월(3.0%) 이후 4년7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뛴 것으로 집계됐다. 통화 당국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5조달러에 달하는 돈을 풀면서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올 3월에 이어 또다시 ‘이상 급등’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Fed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강화되면서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게 가장 큰 배경으로 거론된다. 델타 변이가 100여 개 국가로 확산한 뒤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7월 2일로 예정된 고용지표(6월 기준) 발표를 전후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뉴욕 웰스파고증권의 에릭 넬슨 거시전략가는 “미국 내 6월 취업자 수가 예상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 Fed의 조기 긴축 압박이 세지면서 달러 상승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이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월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는 69만 명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고용지표가 5월(55만9000명)보다 호조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같은 달 실업률은 5.7%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봤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당초 예상과 딴판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짜리 금리는 이날 연 1.45%로, 올 3월 2일(연 1.42%)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연 2%대로 치솟을 것이란 시장 전망과 다른 움직임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시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Fed 인사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통화정책 결정 과정이 삐걱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산시장 예측이 과거보다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제롬 파월 Fed 의장 등이 “물가 상승세가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으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등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긴축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테이퍼링을 연내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