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1일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낸 자신의 행정 경험을 최대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웠다. ‘흙수저 비주류’라는 출신 배경 역시 다른 후보와의 차별점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 당 안팎의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형수 욕설’ 논란 등 도덕성 검증은 이 지사의 대권 가도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李 “강자의 욕망 억제해야”
이 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공개한 출마 선언 영상에서 “이재명은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며 “성남시장 8년, 경기지사 3년 동안 공약 이행률이 90%를 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 배당, 극저신용대출, 재난기본소득 등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추진한 이재명표 정책을 나열했다.
이 지사는 출마선언문 곳곳에서 사회를 ‘강자 대 약자’로 구분하는 시각을 드러냈다. 자신을 ‘비주류 흙수저’로 칭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고입·대입 검정고시로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고, 1986년 사법고시(연수원 18기)에 합격했다.
이 지사는 이런 과거를 정치적 밑천으로 한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치’를 강조했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뜻이다. 소수의 고소득층을 적으로 돌려 다수의 중산층과 저소득층 지지를 얻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편가르기’ 전략이 본선에서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차별 없이 인재 등용”일각에서는 중앙 정치 경험이 없는 점을 이 지사의 약점으로 꼽기도 한다. 이 지사는 “강력한 추진력이 있어야 개혁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지만, 중앙 정치는 지방 정치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특히 부동산 정책과 관련, “실거주 주택은 더 보호하되 투기용 주택의 세금과 금융 제한을 강화하겠다”며 “불가능해 보이던 계곡불법시설을 정비한 것처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타협’과 ‘협의’보다 ‘정책의 관철’에 더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중앙 정치 경험이 없다 보니 ‘인재풀’이 좁은 점도 이 지사의 한계다. 이 지사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경쟁이 끝나면 모두를 대표해야 하는 원리에 따라 실력 중심의 차별 없는 인재 등용으로 융성하는 새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친문 자극’은 최대한 자제이 지사는 출마선언문에 현 정부에 대한 반성이나 비판은 넣지 않았다. 이 지사는 “자랑스러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토대 위에 필요한 것은 더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잘못은 고치겠다”고만 언급했다. 이는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당내 주류인 친문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등판하면서 강성 지지층 표심을 두고 추 전 장관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 지사에게는 ‘대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극진보 성향의 친문 지지층을 향한 ‘구애’가 거듭될수록 본선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정권 심판’ 바람이 거세게 불 경우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욕설 논란 본격 검증대에‘형수 욕설’ 논란과 여배우 스캔들 등 도덕성 검증도 이 지사에게는 당장 풀기 힘든 난제다. 이 지사는 이날 과거 형수 욕설 등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 “제가 가족에게 폭언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보통의 여성으로 견디기 어려운 폭언도 들었고 심지어 어머니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져 제가 참기 어려워서 그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지사가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강조하면서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형수 욕설의 내용이 직접 공개되진 않았다. 향후 선거가 과열되는 과정에서 이 지사의 목소리가 담긴 욕설 파일이 대중에게 공개될 경우 파장을 예상하기 어렵다. 이 지사는 “아픈 이야기를 했다”며 “언젠가 전후 과정을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가 존재하는 ‘여배우 스캔들’ 역시 검증대에 또다시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 지사가 여성 지지율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향후 대응에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지사는 이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직선거법상 사퇴 시한인 12월 9일(선거 전 90일)까지는 경기지사에서 사퇴해야 한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