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헌 행정공제회 CIO, "물류센터·연구실·통신탑 등 주류 떠오른 '틈새 자산' 주목해야"

입력 2021-06-30 18:10
수정 2021-07-01 02:42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전통적인 자산배분 공식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장기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점에 왔습니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부이사장(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채권 기능이 약해지고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이 투자에 접목되면서 자산군 간 상관관계가 바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주식은 위험자산, 채권은 안전자산, 대체투자는 중위험·중수익 자산’이라는 고전적인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 부이사장은 1998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장동헌펀드’를 운용했던 1세대 펀드매니저다. 2015년부터 6년째 자산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업계 최장수 CIO다. 그가 운용을 책임진 2016년 이후 5년간 행정공제회는 연평균 수익률 6.9%를 기록하며 경영목표(5.5%)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작년 말 기준 행정공제회의 운용자산은 약 16조4000억원에 달한다.

장 부이사장은 지금 시기가 기관투자가들에는 자산배분의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 저금리 추세와 확장적 재정정책 여파로 올 들어 주식과 채권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며 “채권이 포트폴리오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환의 ‘키워드’로 기술 변화를 꼽았다. 장 부이사장은 “AI, 반도체 등 기반 기술의 발전이 산업 지형 자체를 변화시키면서 메인(주류) 자산과 니치(틈새) 자산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물류센터, 연구실, 데이터센터, 통신탑 등 과거 대체투자 시장의 틈새 분야가 지금은 주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배분 공식을 고수해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장 부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팬데믹 이후 채권의 대체 차원에서 사모대출(PD)을 비롯해 공모 리츠와 상장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최근 자산운용 업계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시 공제회 차원에선 채권 대체 전략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놨다. 그는 “ESG 투자 전략 중 임팩트 투자는 주식·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ESG 투자가 포트폴리오를 견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자산의 위험·수익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포트폴리오 배분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행정공제회의 최근 행보는 장 부이사장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과 합작회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약 1조9000억원을 부동산 선순위 대출, 미국 공동주택, 사모대출 등에 투자했다.

빠른 기술 변화 트렌드에 대응해 투자의 속도와 유연성이 높은 별도운영계정(SMA) 방식 투자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SMA는 운용사에 단독 출자자(LP)로 자금을 맡기고 투자 가이드라인을 부여하는 투자 방식이다.

황정환/차준호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