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새 주인 찾는데 與 의원들이 왜 우르르 몰려갔나

입력 2021-06-30 17:18
수정 2021-07-01 07:08
한국 진출 17년 만에 소비자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한국씨티은행에 난데없이 정치인들이 들이닥쳤다. 여당 의원 6명이 보름 전 직접 은행장을 찾아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해 매각에 임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의원들은 곧바로 노동조합과 간담회를 열고 연대의사를 밝힌 뒤 ‘노조와 협의하고 대량실업 유발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재차 경영진을 압박했다.

한국씨티은행은 ‘13개국 동시 철수’라는 글로벌 본사 결정에 따라 석 달 전부터 매각작업을 서두르는 중이다. 소매금융 처분 뒤 ‘선택과 집중’으로 한국 최고의 ‘기업금융 은행’이 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금융계에선 ‘알짜 매물’로 평가돼 금융그룹 4곳이 인수의향서(LOI)를 보내오는 등 새 주인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을 표방하는 여당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조를 지원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직원 승계에 유리한 ‘통매각’을 고집하며 경영진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노조를 여당이 노골적으로 편들자 원매자들 사이에선 매수를 재고하는 관망 분위기가 뚜렷하다. 씨티은행은 20~30대 직원이 9%에 불과할 정도로 업계에서도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유명해 전원 승계 시 큰 부담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노동존중실천 의원단은 작년 11월 여당이 한국노총과 공동으로 출범시킨 조직인데, 협소하고 편협한 경제관을 여과없이 표출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의원단’ 출범 후 한국노총과 긴밀한 정책협의를 거쳐 발의한 ‘1호 법안’이 바로 세계 최강 규제를 담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정치권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은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로 끝날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게 쌍용자동차 사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고자 전원복직’을 성사시켰지만 불과 2년도 안 돼 재차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제 쌍용차 전 노동자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말았다. 줏대없는 금융당국의 눈치보기도 한심하다. 씨티은행 매각을 두고 오죽하면 ‘은행 폐업’이 은행업 진출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문제는 ‘노동존중의 부재’가 아니라 ‘과잉 노동존중’이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