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혁신기업 30곳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 네이버 등 산업별 대표 주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들의 혁신적인 기업활동은 다른 기업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 후보기업 100곳 최고경영자(CEO)와 자본시장 CEO 30명을 대상으로 한 ‘혁신적인 기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삼성전자였다. ‘혁신화 과정에서 영향을 받았거나 벤치마킹한 기업’으로 가장 많이 선정된 기업 역시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음에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사상 최대인 21조2292억원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9%였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LG전자·삼성SDI·LG이노텍 등이 혁신기업 3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올해 초 혁신기술센터(RTC)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자장비, 차세대 TV 등 신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26년을 이어온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플랫폼 분야에서는 ‘영원한 라이벌’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혁신 기업 순위 2, 3위에 각각 포진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 시작한 카카오는 금융(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쇼핑(카카오커머스), 게임(카카오게임)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인 ‘제페토’를 통해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페토 이용자는 2억 명인데 이 중 90%가 해외 접속자다.
SK텔레콤·이마트·미래에셋증권 등도 플랫폼 기업으로 분류됐다. SK텔레콤은 2023년까지 식음료, 교육, 렌털 등 구독형 상품 가입자 2000만 명을 확보해 통신회사에서 구독경제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사 모바일 앱을 통해 주식 거래뿐 아니라 국세청 현금영수증 등록 내역과 부동산 실거래가를 조회할 수 있게 하는 등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모바일 상거래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수로 이마트는 사업 부문 내 온라인 비중이 50%에 육박하게 됐다.
미래기술 분야에서는 현대차·LG화학·SK이노베이션·현대모비스 등이 뽑혔다. 혁신기업 순위 4위에 오른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수소차 및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른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의 자동차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현대차는 2020년 내내 첨단 모빌리티에 적극 투자했다”며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자율주행 기술, 에어택시 개발회사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했고 유명 로봇 제조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까지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 역시 미래차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은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30조원을 넘었다. LG화학이 지난해 말 분할시킨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120GWh인 배터리 생산 규모를 2023년 28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기업에서 배터리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배터리 공장이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