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흥건설, 대우건설 품는다…재계 20위권 도약

입력 2021-06-30 12:22
수정 2021-06-30 15:59

≪이 기사는 06월30일(12: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이 중흥건설의 품에 안긴다. 중흥건설은 '빅딜'을 성사시키면서 단숨에 재계 20위권으로 진입하게 됐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하고 다음주 초께 통보하기로 했다. 중흥건설은 또 다른 인수 후보 DS네트워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IPM 컨소시엄보다 가격 우위를 점하면서 승리를 따냈다. 거래 금액은 약 2조3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매각 대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지분 50.75%이다. 중흥건설은 이르면 내주 중 KDBI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 때 추후 인수 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행보증금 500억원을 내야 한다.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이 금액은 돌려받을 수 없다. 중흥건설은 한달 여간 상세실사를 진행한 뒤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주관사는 BoA메릴린치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게 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시공 능력 평가 기준 6위다. 중흥토건(15위), 중흥건설(35위)보다 크게 앞선다. 대우건설 인수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위 10대 건설사로 떠오르게 됐다. 재계 순위도 껑충 뛴다. 중흥그룹은 올해 자산총액 9조2070억원으로 재계 47위다. 대우건설을 합하면 자산총액이 19조540억원으로 증가해 서열 20위권에 오르게 된다.

이번 거래는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의 추진력과 결단력 덕분에 가능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 간담회에서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1조원 대 대기업 건설사를 3년 이내에 인수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을 준비 중”이라며 “이를 위해 4조원 대의 자산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M&A를 예고한 셈이다. 중흥건설이 그간 대우건설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이유다. 올해 초 때가 왔다. KDBI가 대우건설 매각 움직임을 보이자, 중흥건설은 발빠르게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정 회장은 인수를 위한 세부 작업은 물론 막판 ‘통 큰 베팅’까지 직접 진두지위했다고 한다. 높은 가격이 승자의 저주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회사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탄도 확보했다. 중흥건설은 KB증권으로부터 1조원 가량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받았다. 인수 실무는 미래에셋증권에서 맡았다.

대우건설은 세 번째 새 주인을 맞게됐다.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1세대 명가로 꼽혔지만 1999년 그룹 해체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2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1년 만에 회생에 성공했다. 이후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했으나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놨다. 금호가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대우건설은 2011년 결국 국책은행인 산은으로 넘어갔다. 산은은 2017년 공개 매각을 통해 호반건설을 우협으로 선정했으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 호반 측이 인수를 철회했다. 산은은 당시 ‘서둘러 매각에 나섰다’는 매각 실패 책임론에 시달렸다.

산은은 4년 만에 매각에 성공했다. 몸값도 크게 올랐다. 2017년 호반이 써낸 금액이 1조6000억원대보다 5000억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대우건설 실적이 지난해 크게 개선된데다 중흥건설의 인수 의지도 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2조2914억원, 영업이익 2533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매각가가 산은이 대우건설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금액 총 3조2000억원보다는 1조원 가량 적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