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헌법기관장 4인과 오찬을 함께 합니다. 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재소장,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참석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극복과 해외순방성과 공유 등 국정전반에 대한 폭넓은 공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목할만한 것은 날짜입니다. 오늘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날입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상고심 선고 공판을 진행합니다. 조 전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조범동씨는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자산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횡령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과 2심은 조씨가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총 72억여원의 횡령·배임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정 교수가 조씨의 사모펀드 관련 범행에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법원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청와대로 부른 것입니다. 대법관을 겸하고 있는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역시 이번 오찬에 초청됐습니다. 노 위원장은 공교롭게도 조범동씨 재판의 주심이어서 오늘 오찬에 불참합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2일에도 김 대법원장 등 헌법기관장 5명을 청와대에 불러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 날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2년 징계안에 대한 형 집행정지 판결이, 다음날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판결이 있던 때였습니다. 당시에도 김 대법원장이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습니다.
헌법기관장 간담회가 열릴 때 마다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을 졌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