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인원 대표 "원칙 갖고 상장했다, 무더기 상폐 안 할 것"

입력 2021-06-29 02:24
수정 2021-06-29 16:09
▶6월 29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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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좀 꺾이긴 했지만 투자자가 줄진 않았어요. 접고 떠난 사람은 많지 않고, 신규 회원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관망세에 있다고 봅니다."

21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만난 차명훈 코인원 대표(32)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코인원은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화이트 해커 출신의 차 대표가 2014년 창업한 '국내 1세대' 암호화폐거래소다. 이른바 4대 대형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가운데 최대주주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도 하다.

요즘 차 대표가 가장 집중하는 일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다. 새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들은 9월 24일까지 VASP 신고를 마쳐야 한다. 농협은행을 통해 실명계좌를 발급해온 코인원은 중소 거래소들과 달리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차 대표는 "현재로선 특금법이 가장 중요하고, 신고를 순조롭게 마친 후에는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세 등락이 심하다. 이번 시즌은 끝났나.

"시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거시경제를 많이 따라가는데, 유동성이 더 풀릴지 회수할지 알기 어렵고 전문가 의견도 갈리지 않나. 금리를 비롯해 변수가 많다. 예측보다 대응을 할 때라고 본다."

▶장기 우상향은 확신하나.

"그럼요. 거래소가 1년 내내 호황을 누릴 순 없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가치가 점차 널리 인정받고 있고, 시장은 훨씬 커질 것이다."

▶일부 거래소의 알트코인 대규모 상장폐지가 논란이다. 투자자를 배신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그런 면이 있죠."

▶코인원도 잡코인 정리할 것인가.

"대규모 상장폐지 계획은 전혀 없다. 상장이나 상폐는 평상시에도 있는 일인데, 그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김치코인'은 특히 부실 위험이 많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거기엔 동의하기 어렵다. 김치코인이라는 말부터 이상하다. 현대차를 김치차라고 부르진 않는다. 업계에 대한 편견이 섞인 용어 아닌가. 프로젝트 자체로 평가해야지 블록체인에 국적을 따질 이유는 없다. 다단계, 먹튀, 유사수신 같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열린 마음으로 봐야 한다."


▶한국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유독 상장 코인 수가 많다.

"2017년만 해도 코인원 상장 종목도 10개 미만이었고 다들 보수적이었다. 코인 상장이 투자자의 투자 기회를 넓힐 수 있지만 자칫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어 책임감을 갖고 접근했다. 정책을 바꾼 배경은 두 가지다. 우선 어느 거래소(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가 대규모로 상장하면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누군가가 수백개를 들고 나오니 1세대 거래소들도 원치 않으면서 따라갔다. 또 투자자 안목이 높아졌고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원할 필요도 있으니 상장을 늘려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암호화폐거래소가 난립해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한다. 거래소는 어느 정도 이상 규모가 돼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보안, 상장, 준법 등 기본 업무에만 수십 명이 필요하고 유동성이 부족하면 거래 체결도 힘들다. 작은 거래소가 너무 많아지면 자극적인 마케팅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 좋지 않은 일이다."

▶요즘처럼 특정 거래소 점유율만 치솟아도 문제 아닌가.

"그것도 맞다. 어느 시장이든 독점은 좋지 않다. 경쟁이 가능한 상태는 돼야 한다."

▶암호화폐를 사기, 거품, 도박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있다. 이 산업의 본질은 뭔가.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은 '제3자를 두지 않고 거래하는 것'이다. 금전을 주고받는 건 비트코인, 계약관계를 맺는 건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블록체인을 잇는 건 코스모스…. 모두 연결을 통해 블록체인의 가치를 만들고 있고, 그게 가격에 녹아든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심하다고 하지만 비트코인보다 가치가 불안정한 화폐도 있다."

▶블록체인이 미래 기술이라곤 하는데 체감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상생활에서 매일 블록체인을 접하긴 쉽지 않지만 기술은 끊임 없이 발전하고 있다. 나온지 몇 년 안 됐고, 규제나 제도에 막힌 것도 많다."

▶암호화폐업계는 특금법과 별개로 '업권법' 제정을 원하고 있다. 만들면 뭐가 달라지나.

"지금은 투자자 보호를 업체들이 알아서 하고 있다. 업권법을 통해 제대로 된 규제를 마련할 수 있다. '가상자산'을 뭘로 봐야 하는지부터 막히니 사업에도 어려움이 많다. 가상자산이 어떤 법적 지위를 갖는지, 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은 무엇인지 정리가 필요하다."


▶지인들이 '지금 사도 돼? 뭐 사야 해?' 물으면 뭐라고 하나.

"답변은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 사서 장기 투자하라.' 블록체인의 비전을 믿는 장기 투자자가 안전한 경우가 많다."

▶암호화폐 투자는 어떤 원칙으로 접근해야 하나.

"투자가 다 그렇듯 뇌동매매(남을 따라 사고파는 것)가 가장 나쁘다. 단기 고수익만 노리고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 큰 손실로 이어진다. 오늘 30% 올랐다고 내일 40% 오를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대출 받아 무리하게 거래하는 것도 당연히 금물이다."

▶알트코인은 장기 투자 대상으로 부적합 아닌가.

"스타트업 투자처럼 접근해야 한다. 분산을 제대로 하든지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한다. 종목을 잘 모르면 사면 안된다.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고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백서를 보고 직접 분석하는 게 좋지만, 어렵다면 메이저 코인 위주로 거래하는 게 낫다."

▶코인원이 다른 암호화폐거래소와 차별화되는 점은.

"기술력에 자신 있다. 해킹 사고 한 번도 없었고, 스테이킹이나 디파이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먼저 하고 있다. 상장에 있어서도 우리 나름대로 눈치보지 않고 소신을 지킨 것이 많다. 다크코인은 범죄에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해 한 번도 상장하지 않았다. 거래소 코인을 만들고 거래량 부풀리는 것도 유행했는데 유혹에 빠진 적이 없다."

코인원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블록체인 기반의 종합 금융회사'다. 암호화폐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관리, 거래매칭 엔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아우른다는 구상이다.

임현우/박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