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사의 신규 선박 확보와 해운산업 친환경 전환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2030년까지 15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이상의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을 확보해 해운 매출을 7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세계 해운산업 리더국가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신항에서 열린 1만6000TEU급 원양 컨테이너선 한울호 출항식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을 발표했다. 한국 국적 해운사가 소유한 선박 1억4000만DWT(재화중량톤수) 이상 달성 목표도 제시됐다. 해운산업 전략에는 △고효율 신규 선박 확보 △중소선사 경영 안정 지원 △해운산업의 친환경 전환 △스마트 해운물류 시스템 도입 등과 관련된 정부 정책도 담겼다.
우선 정부는 신규 선박 확보를 위해 최대 30억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추진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4개 기관을 통해 15억달러 규모의 선박금융 프로그램을 우선 공급하고 향후 신조 수요 등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30억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적선사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이 컨테이너 박스 확보와 관련된 금융 프로그램 도입도 추진한다. 한국의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2016년 8월 105만TEU에 이르렀으나 한진해운 도산으로 46만TEU까지 줄었다 올해 105만TEU를 회복한 상황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HMM의 1만3000TEU급 신조선 건조 본계약 체결도 진행됐다. HMM은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의 신조 발주 계약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각각 맺었다. 체결식에는 배재훈 HMM 사장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가삼현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참석했다. 두 조선사는 각각 6척을 수주해 2024년 상반기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총 12척의 선박 건조 금액은 1조7776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고효율·친환경 선박 관련 공모펀드 개인 투자자에게 뉴딜 인프라펀드 과세 특례(배당소득 9% 저율 분리과세) 적용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선·기자재 업체에는 공정 자동화 기술 개발과 인력을 지원한다.
정부는 친환경 전환과 스마트 해운물류 시스템 도입을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050년까지 무탄소 선박의 상용화 달성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10년간 2540억원가량을 지원하고 친환경 전환 보조금도 지급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 친환경 선박 비율을 15%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광양항 자동화 항만 테스트베드 구축,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물류 운송 최적화 등 스마트 해운물류 관련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화물 확보를 위해서는 중소·중견 화주기업의 장기 운송계약 체결을 지원하고 화주·선주·물류업계 간 상생형 표준거래계약서를 도입한다. 정부는 국적선사와 장기운송 계약을 맺으면 운임의 20%를 바우처로 지원한다. 미국 서해안 등에 글로벌 거점 터미널을 확보하고 항만공사와 민간 해운사의 공동 투자를 통한 해외 거점 항만 공동물류센터 구축도 추진한다. 올 하반기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항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공동물류센터를 구축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운용리스(BBC) 방식 한국형 선주 사업을 시범 추진해 중소선사의 경영 안전을 지원한다. 선박소유권이전조건부 용선(BBCHP)과 달리 이용기간 종료 후에도 선사가 선박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아 선사의 운영 부담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공사는 올해 최대 10척, 2025년까지 최대 50척을 매입해 합리적인 용선료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컨테이너 박스 리스 사업과 신용보증 등 신규 보증 사업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해양진흥공사에 정부가 추가로 출자할 계획이다.
김소현/강경민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