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소송 이긴 페북…시총 1조달러 넘었다

입력 2021-06-29 17:12
수정 2021-06-30 01:52
페이스북이 미국 연방·주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이겼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첫 라운드에서부터 대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약 1128조원)를 돌파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이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 주 검찰총장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을 기각했다. 소송의 주심판사인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페이스북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FTC가 제기한 소송이 법률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 업계에서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페이스북이 2012년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10억달러)과 2014년 메신저 와츠앱(190억달러)을 인수한 것 등을 무효화해달라고 요구한 주 정부의 반독점 소송에 대해서는 “너무 늦었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FTC에 다음달 29일까지 수정된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는 시한을 줬지만, 주 정부가 주장한 인스타그램·와츠앱 인수 쟁점에 대해서는 재판단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FTC와 주 정부는 작년 12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같은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와 경쟁하는 대신 이들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독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틱톡’ 등 신규 경쟁자들이 급성장하는 소셜미디어 업계에서 페이스북은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보즈버그 판사는 구체적으로 “FTC는 법원이 ‘페이스북은 독점 기업’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그냥 인정해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2010년 개봉한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제목을 듣고는 이 영화가 어떤 소셜미디어 기업에 관한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소셜미디어 시장에선 언제든 신규 경쟁자들이 진입해 각축전을 벌일 수 있을 만큼 영구적으로 시장지배적인 기업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원 결정이 나온 뒤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보다 4.2% 상승한 355.64달러에 마감하며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겼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날 판결과 관련해 정보기술(IT) 대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지난해부터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옥죄기 위해 정부가 제기한 소송의 첫 번째 큰 타격”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에 페이스북이 큰 승리를 거머쥔 셈”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빅테크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을 FTC 위원장에 앉히는 등 총력전을 시사했다. 또 미 하원에서는 최근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의원들의 협력하에 거대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을 저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사를 인수하려면 반독점법에 위배되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등 초강력 규제안을 담고 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의 켄 벅 의원(공화당)은 자신의 SNS에 “오늘 판결은 반독점법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미국 경제 전반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이번주에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단순히 반독점법을 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방정부의 권력을 이용해 광범위한 기업군에서의 경쟁을 자극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