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개원 13개월 만에 1만 개 이상의 의원 발의 법안을 쏟아냈다. 역대 최단기간 1만 건 돌파로, 국회가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작년 5월 30일 개원 이후 이날까지 1만307건의 의원 발의 법안을 제출했다.
1만 건을 넘은 건 개원 13개월여 만인 지난 23일이었다. 이는 역대 최고 속도의 법안 발의다. 의원입법 1만 건까지 20대 국회는 20개월, 19대 국회는 28개월 걸렸다. 이대로라면 21대 국회는 산술적으로 4만 건이 넘는 의원입법을 쏟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회가 공장처럼 법안을 찍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21대 국회는 월평균 792개 법안을 내놨다. 하루 26개, 시간당 한 개꼴로 법안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법안 베끼기는 물론 날림·재탕 발의가 난무했다.
법안 폭주는 법안 심사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의원입법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국회사무처는 몰려드는 입법에 과부하가 걸렸다.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의 법안 심사 시간은 17대 국회 평균 개당 22.7분에서 20대 13.1분, 21대는 10분대로 떨어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공천 심사 과정에서 법안 발의 실적을 보는 정치권의 관행이 ‘입법 과잉’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발의 건수는 시민단체가 의원의 의정 활동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