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밀어붙인 국가보안법 시행 1년을 맞는 홍콩에서 신문 폐간, 야당 해체 등이 잇따르면서 민주진영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의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30일부터 시행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8일 빈과일보 논설위원 펑와이쿵이 전날 밤 공항에서 영국 출국 절차를 밟다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민주진영 신문인 빈과일보는 당국의 압박 속에 지난 24일 반 강제로 폐간했다. 홍콩 경찰은 펑 위원에게 홍콩보안법의 ‘외세와 결탁’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17일 경찰의 압수수색 이후 빈과일보와 관련해 체포된 인사는 7명으로 늘어났다.
홍콩 민주진영 온라인매체 입장신문은 전날 “홍콩에 ‘문자의 감옥’이 왔다”며 모든 칼럼을 내리고 후원금 모집도 중단했다. 문자의 감옥은 과거 중국에서 문서에 적힌 내용이 황제나 체제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필자를 처벌한 탄압을 뜻한다.
홍콩의 야당 신민주동맹은 26일 당 해산을 발표했다. 2010년 창당한 신민주동맹은 2019년 구의회 의원 선거에서 19석을 차지했으나 전날 현재 8명만 당에 남은 상태다. 신민주동맹을 포함한 홍콩 범민주진영은 2019년 11월 구의회 선거에서 452석 중 392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홍콩 당국이 홍콩보안법에 따른 공직자 충성서약의 대상을 구의회 의원으로까지 확대하면서 범민주진영 구의원 150~170명의 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 1년 동안 100여 명을 체포하고 60여 명을 기소했다. 이전까지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많은 일들에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고 있다. 범민주진영은 홍콩보안법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은 모호한 반면 처벌 수위는 높은 가혹한 법이라고 비판한다.
교육·예술·언론·학계 등에도 홍콩보안법 파장이 미치고 있다. 홍콩 학생들은 6세부터 홍콩보안법을 교육받고, 모든 과목에 걸쳐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의 교육지침이 하달됐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이 질서와 안정을 되찾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홍콩보안법 시행 당시 제기된 일부 우려와 달리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가 건재하다고 주장했다. 홍콩 증시 대표지수인 항셍지수는 홍콩보안법이 발효된 이후 20%가량 올랐고, 1년 동안 기업공개(IPO) 규모는 4000억홍콩달러(약 58조원)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