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체거래소(ATS)가 활성화돼 있는 나라가 많다.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매매체결 속도가 빨라지고 거래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이는 투자자 이익으로 돌아왔다.
28일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미국의 정규 거래소 점유율은 43%에 불과하다. 정규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NASDAQ)을 제외한 기타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다는 의미다. ATS 및 ATS에서 전환한 신규 거래소가 28%, 장외주식시장(OTC)이 28%를 점유하고 있다. ATS 시장은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주도하고 있다. UBS의 ‘UBS ATS’, 크레디트스위스(CS)의 ‘크로스파인더’, JP모간의 ‘JPM-X’, 골드만삭스의 ‘시그마 X2’ 등이 대표적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미국은 ATS를 독립된 시장으로 인정하고 거래소 간 경쟁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매매체결 속도 향상, 호가 스프레드 감소, 거래비용 감소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2005년 ATS로 시작한 ‘BATS’도 신속한 매매체결을 무기로 급성장해 2008년 정식 거래소 인가를 받았다.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거쳐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과점체계를 무너뜨리고 이들과 경쟁하는 거래소로 성장했다.
일본도 1998년부터 대체거래소를 허용하고 있다. 사설거래시스템(proprietary trading system)이라는 의미에서 PTS라고 부른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대체거래소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정규거래소 점유율이 87%에 달한다.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최선 집행 의무(best execution)’ 규정이 있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특별한 기준이 없다.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한다. 거래 체결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 증권사들이 도쿄증권거래소에 대부분 주문을 제출하게 된 배경이다. 한때 10여 개에 달했던 일본 PTS는 ‘SBI 재팬넥스트’ ‘Chi-X 재팬’ 등만 살아남은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PTS의 지나친 경쟁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재팬넥스트는 호가 스프레드를 줄이기 위해 기존 도쿄증권거래소의 호가 단위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고, Chi-X 재팬이 그보다 낮은 호가 단위를 선보이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