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어두운 곳에서, 억눌러두었던 말들이 아름다운 글로 승화되길 간절히 기도했다.”(‘작가의 말’ 중)
전군표 전 국세청장(67·사진)이 사육신(死六臣) 중 한 명인 성삼문의 딸을 주인공으로 삼은 장편소설 《효옥》(난다 펴냄)을 출간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10여 년간 퇴고를 거듭한 끝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소설은 “난신(亂臣) 성삼문의 아내 차산과 딸 효옥은…(중략)…운성부원군 박종우에게 노비로 주고…(成三問妻次山,女孝玉,…賜雲城府院君朴從愚…)”라는 조선왕조실록(세조 2년·1456년 9월 7일)의 한 문장에서 비롯했다. 충신 성삼문의 이름 석 자만 남은 딸을 통해 격동의 시절, 파란만장한 한 인간의 삶을 그렸다. 양반집 규수에서 한순간 노비가 된 효옥이 수많은 곡절 속에서도 맑은 눈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삶을 이어가는 여정을 단문의 대화체 중심으로 명료하고도 아름답게 풀어냈다.
양반의 삶부터 노비의 삶까지 겪은 효옥의 일생에서 조선 백성의 삶을 읽어낼 수 있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저자는 2007년 뇌물수수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뒤 50대 중반에 뒤늦게 역사와 문학의 재미에 빠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실록과 사료를 종횡으로 오가며 연필로 쓰고 지우기를 거듭하며 1000여 쪽의 원고가 책으로 엮이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저자의 인생 이력을 살피면 ‘먼저 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게 오는 사람은 이제부터 다 내 편이다’ 같은 각 장의 소제목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저자는 작품 자체로만 평가받고 싶다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