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2030 청년 남성은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남을 돕는 공동체 인식이 크게 떨어진다는 내용의 그래프가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25일 보도된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④ 세대가 아니라 세상이 문제다’에서는 “기회가 되면 내 것을 나눠 타인을 도울 것이다” 명제에 대한 답변을 성별과 연령에 따른 △청년(20~34세) 남성 △청년 여성 △중년(50~59세) 남성 △중년 여성 4개 집단으로 나눠 분석했다.
이를 시각화한 문제의 그래프는 x축을 10에 가까울수록 고소득층으로, y축은 10에 가까울수록 “(타인을 위해 내 것을) 나눌 것이다”라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설정했다. 연구 결과 다른 집단과 달리 청년 남성의 경우 고소득일수록 극단적으로(그래프상 최하단) “나누지 않을 것”이라 답변한 것으로 표시됐다.
중년 집단에서 성별과 무관하게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타인과 나누겠다는 패턴이 발견된 것과는 정반대다. 동년배인 청년 여성 집단과도 차이가 뚜렷했다. 여타 연령·성별 집단에 비해 청년 남성은 고소득층일수록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려 하지 않는 경향성을 보였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게다가 y축 척도를 4 밑으로는 잘라 생략하면서 고소득 청년 남성의 배타적 성향이 그래프상 최하단에 배치됐다. 고소득 청년 남성(4~6 구간 사이)과 청년 여성(6~8 구간 사이)의 실제 인식 격차는 2배까지 나지 않는데, 단순 시각적으로만 보면 6~7배가량 격차가 나는 것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
해당 보도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 이 그래프를 공유하며 “대체 20대 남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는 지적이 쏟아진 이유다. 일각에선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주요 사용자가 청년 남성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그래프가 지나치게 매끈할 뿐 아니라 사용된 척도 역시 함의가 다소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 제기한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중요한 이상 현상이니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자로서 충분히 자료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에 연구진으로 참여한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x축은 설문에서 물어본 ‘주관적 계층의식’이다. x축에 주관적 계층의식 대신 ‘응답자에게 직접 물어본 가구소득’을 넣으면 이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y축은 원래 0-1 값을 갖는데, 4에서 시작해 10으로 끝나는 모양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래프를 ‘이쁘게’ 만드는 과정에서 변형이 됐다. KBS에 정정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KBS는 이후 “그래픽 일부에 정확하지 못한 표기가 있어 바로잡았다”며 x축 척도 표기를 ‘저소득층-고소득층’에서 ‘최하층-최상층’으로 변경했다. 하단에는 주관적 계층의식을 묻는 “한국사회 최하층을 1로, 최상층을 10으로 한다면 귀하는 어디에 속하는가?” 질문을 추가했다. y축 척도 표기도 4-10에서 0.4-1로 바꿨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