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넘나드는 이준석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통합"

입력 2021-06-27 17:40
수정 2021-06-28 01:3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완전한 통합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후보 단일화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세력을 형성해야 정권 교체 이후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을 돌파할 수 있다는 구상에서다. 차기 대선에서 주요 정책도 여야 구분 없이 ‘완전 경쟁 방식’으로 선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7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26일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2주기를 맞아 서울 효창동에 있는 김구 선생 묘소를 참배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구 선생께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진정한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원하셨다”며 “첫째도 통합, 둘째도 통합, 셋째도 완전한 통합이라는 생각으로 내년 대선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보수와 진보 세력의 연합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풀이된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의석수 때문에 여소야대 국면이 예상된다. 진영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정권 교체에 성공하더라도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의 ‘통합연대 구상’은 취임 이후 행보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4일 당대표 당선 직후 첫 행보로 여당의 텃밭인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25일에는 진보의 성지라고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그간 보수 정당 대표가 대구·경북(TK)이나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 등을 우선 방문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 행보로 풀이된다. 당의 외연 확장과 함께 진보 진영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진영 챙기기 역시 함께 이뤄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신속하게 처리했고, 25일에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차기 대선에서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했다. 소위 ‘강경 보수’로 대표되는 인물들과도 접점을 넓히며 통합의 대상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차기 대선 정책 구상에서도 통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정책을 짜는 데 여야 구분을 두지 않고 좋은 정책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6일 SNS에 “대선을 앞두고는 정책공모전을 하고 싶다”며 “주거, 환경, 노동, 일자리, 산업진흥 등 모든 분야에서 좋은 정책을 공모할 것”이라고 썼다. 공모 대상은 나이와 신분, 진영 등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책 입안자에 대한 지원책까지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표는 “좋은 정책을 가려 뽑기만 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겠다”며 “나중에 입안자들이 정부와 청와대에서 정책을 실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