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무력감을 느끼거나 심각할 경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여전히 하늘길은 막혀 있는 상황. 기분 전환과 힐링을 위해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한적한 안전여행…농촌으로 떠나요
온라인몰인 티몬이 여름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고객 65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는 ‘국내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여행 테마로는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독채형 풀빌라·펜션’을 택한 사람이 48%로 가장 많았다. ‘여름 바캉스엔 역시 해변가’(21%),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 낭만 캠핑’(18%)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취향을 종합하면 ‘한적한 곳에서 자연을 즐기겠다’는 게 된다. 이 같은 여행 트렌드에 꼭 맞는 것이 바로 ‘농촌 힐링 여행’이다. 풍광 좋은 자연에 몸을 맡기고 한적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의 여행 중 가장 대표적인 게 팜스테이다. 팜스테이는 농장(farm)에 머무는(stay) 여행을 의미한다. 농가 또는 농촌 지역에서 숙식하며 농산물을 수확하고 시골 문화도 체험하는 일종의 ‘농촌 체험 여행 프로그램’이다. 개울이나 강에서 물놀이와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와이너리에서 포도밭을 체험하며 휴가를 즐기는 것이 대표적이다. “농협 팜스테이를 소개합니다”
국내에서는 농협중앙회가 팜스테이라는 이름의 농촌 여행을 1999년 처음 기획했다. 농협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도농 상생’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기획했다. 팍팍한 삶에 찌든 도시민에게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저렴한 휴가지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부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우수한 관광코스를 마련한 마을을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하고 집중 지원한다. 선정 조건은 까다롭다.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되려면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고 농가 10가구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친환경 농법을 통해 우수 농산물을 재배해야 하며 방문객을 맞을 편의시설과 농촌·농업 체험 프로그램도 갖춰야 한다.
농협은 높은 수준의 팜스테이를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농협은 팜스테이 마을을 선정한 뒤에도 프로그램 운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매년 재평가를 통해 업데이트한다. 기존에는 마을의 성적에 따라 최우수, 우수 등의 등급을 부여했지만 올해는 등급 기준을 폐지했다. △뛰어난 이용 편의성 △훌륭한 체험 프로그램 △깨끗한 식당·숙박시설 등 조건을 까다롭게 평가해 모든 마을을 최우수 등급 마을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농촌 체험 가능팜스테이 마을에서 숙박하면 각종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체험 유형은 △벼 베기, 옥수수 따기 등 영농 체험 △치즈 만들기, 떡메치기 등 음식 체험 △새끼 꼬기, 투호놀이 등 농촌 문화 체험 △물고기 잡기, 뗏목 타기 등 야외 체험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팜스테이 일정은 대략 이렇다. 마을에 도착해 아이들과 농기계 마차를 타고 농촌마을을 돌아본 뒤 각종 작물을 수확한다. 손수 채취한 나물로 만든 반찬이 올라온 시골밥상으로 배를 채운다. 식사 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뒷동산에 오른다. 전통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어둑어둑해지면 모닥불 근처로 모이기도 한다. ‘한국식 캠프파이어’다.
과거엔 농촌 체험 여행이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여행자 대부분이 농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경험했던 농사일 등을 굳이 다시 체험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시에서만 살아본 사람들에게 농촌을 체험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신세계’에 가깝다. 어린아이들은 물론 도시에 익숙한 젊은 부부들도 농촌을 새로운 곳으로 여긴다.
시골집이라고 숙소나 화장실이 지저분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다수 팜스테이 숙박시설은 깨끗하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휴가시즌에 찾아도 바가지요금을 물리지 않는다고 농협은 설명했다. 황토 온돌로 이뤄진 민박집부터 한옥,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 숙소 형태도 다양하다. 예약은 필수다. 농협 팜스테이 홈페이지에서 각 마을의 위치와 특징,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