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 학부모들, 코로나19 전보다 사교육 더 늘렸다

입력 2021-06-27 11:07
수정 2021-06-27 11:20


코로나19 확산으로 계속된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력 저하를 우려한 서울의 초·중·고교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과목 아닌 사회·과학도 사교육 늘려
27일 서울교육청의 ‘서울시 초·중·고교 학부모의 가정 내 원격교육 대응 현황 및 자녀의 학습 실태 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연구 책임자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서울 초·중·고교 학부모 891명을 대상으로 했다.



초등학교 3~6학년의 국어 평균 사교육 개수는 코로나19 발생 전 0.51개였으나 지난해에는 0.47개로 줄었고 올해 3~4월에는 0.54개로 늘었다. 영어 과목은 0.88개→0.89개→0.96개, 수학은 0.72개→0.73개→0.80개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증가했다.

중학교 1~3학년은 국어 평균 사교육 개수가 코로나19 이전 0.56개에서 지난해 0.60개, 올해 0.69개로 점증했다. 영어는 1.07개→1.03개→1.06개, 수학은 1.00개→1.00개→1.04개로 나타났다. 고등학교1~3학년은 국어 평균 사교육 개수가 코로나19 이전 0.59개에서 작년 0.60개로 늘었고 올해에는 다시 0.63개로 더 늘었다. 영어는 0.89개→0.88개→0.93개, 수학은 0.96개→0.90개→0.97개로 변화했다.

보고서는 “코로나 발생 전과 비교해서 국어, 영어, 수학 교과목의 경우 가정에서 하고 있는 사교육의 평균 개수는 2020년 감소했고 2021년의 경우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학원 폐쇄 조치로 학원을 보낼 수 없었으나 원격(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자녀의 학력수준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여 올해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과 관련된 사교육의 개수를 늘려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사회와 과학 과목에 대한 사교육의 평균 개수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2020년과 올해에 증가한 점을 특이점으로 꼽았다. 초등학교 3~6학년의 사회 평균 사교육 개수는 코로나19 발생 전 0.22개였으나 지난해에는 0.24개, 올해 3~4월에는 0.25개로 늘었다. 고등학교 1~3학년의 과학 평균 사교육 개수는 0.36개→0.39개→0.41개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사회나 과학의 경우 학교수업을 통해서도 시험 등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으나 원격(온라인)수업을 통해서는 이것이 충분하지 않아 국어, 영어, 수학 이외의 교과목에도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학부모 “학교에 기댈 수 없어 학원 보내”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도 코로나19 발생 전에 비해 초·중·고 모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3~6학년 가정의 월평균 사교육 비용은 코로나19 발생 전 52.2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7.8만원으로 줄었고 올해 3~4월에는 56.4만원으로 늘었다. 중학교 1~3학년 가정은 62.7만원→60.4만원→63.3만원으로 변화했다. 고등학교 1~3학년 가정은 64.6만원→67.9만원→74.1만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계속해서 사교육 비용을 늘려왔다.




보고서에서는 자녀의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도 담겨 있다. 연구팀의 집단심층면접(FGI) 조사에 참여한 초등학교 학부모 김모씨는 “작년에 꾸역꾸역 보낸 엄마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이 오히려 진도가 빨랐다”며 “그냥 과외나 학원 보낼 걸 작년에 안 보낸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중학교 학부모 최모씨는 ”원래는 국영수만 생각했는데 역사, 과학, 논술도 학원을 보낸다“며 ”계획에 없던 과목도 학교에 기댈 수 없으니까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4~5학년에 발생하는 학습격차가 이후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이 시기를 학부모들은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기초학력 지원 대상과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학부모들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이를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따라서 협력강사제와 같이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해당 인력을 충원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