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지(21)가 움츠러있던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날아올랐다. 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1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3라운드에서다.
정윤지는 이날 하루에만 6개의 버디를 낚았다. 여기에 보기 1개를 엮어 총 5타를 줄였다. 단숨에 중간합계 6언더파, 공동 5위로 올라섰다. 2라운드까지 1언더파에 그치며 버디에 목말랐던 갈증을 한번에 풀어낸 셈이다.
그는 이날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기분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내내 보기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이어가며 6개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파 퍼트를 놓쳐 아깝게 보기를 기록했지만 정윤지의 비상을 알리기에 충분한 플레이였다.
정윤지는 올해로 정규투어 데뷔 2년차를 맞는다. 프로데뷔 전부터 주요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컵을 따내며 두각을 드러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국가대표를 지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임희정, 유해란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주역이기도 하다. 2000년 12월 생이어서 동갑내기보다 1년 늦게 프로에 합류했다.
아마추어 무대와 2부 투어를 호령했던 그였지만 정규투어의 벽은 역시나 높았다. 지난해 신인왕 후보로 기대받았지만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만 톱10에 들었다. 커트탈락의 아픔도 여러차례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이 좋았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롯데렌터카 오픈에서 5위에 오른데 이어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도 9위에 올라 연달아 톱10을 기록했다. 지난 한국여자오픈에서도 10위에 오르며 올들어 총 3번의 톱10 기록을 세웠다.
정윤지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1, 2라운드에서는 퍼트가 너무 안풀려 애를 먹었다. 원래 소심하게 플레이하는 편이어서 더 위축되기도 했다"며 "오늘은 그린이 잘 받아줘서 자신있게 쳤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홀에서의 실수가 아깝긴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털어내려 한다. 내일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