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와 관절 등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뼈암(골육종)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지만, 치료가 어렵고 전이가 빠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종양이 뼈로 전이된다. 뼈조직은 종양으로선 영양분이 많은 ‘비옥한 토양’이다. 종양세포가 뼈조직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얻고 나면, 뇌·심장·간 등 다양한 조직으로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뼈에 1차 전이가 이뤄진 경우 3분의 2 이상은 다른 기관으로 2차 전이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뼈암 환자는 성장기인 10대에서 많이 발병하며, 미국의 경우 연간 1000여 명, 국내에서는 15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뼈에 발생한 종양을 완전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절제술을 해야 하고, 종양 위치가 좋지 않으면 팔 또는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생존율은 비교적 높지만 치료 후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어 약물 개발이 시급하다.
미국 라이스대 연구진은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뼈암의 2차 전이를 막을 새로운 접근법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골다공증 약물로 사용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에 유방암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을 결합해 ‘본타그(BonTarg)’라는 이름을 붙였다.
로슈가 개발한 허셉틴은 ‘HER2’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유방암 환자, 유방암에서 1차 전이가 일어난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되는 항체 의약품이다. 연구진은 유방암이 뼈암으로 전이된다는 사실에 기반해 두 약물을 결합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비스포스포네이트는 뼈조직을 파괴하고 흡수하는 파골세포를 억제해 골다공증을 막는 약물이다. 이 물질은 뼈의 주성분인 하이드록시 아파타이트와의 친화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종양이 위치한 뼈조직에 정확하게 결합할 수 있다. 뼈암은 뼈조직 틈새에 약물이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약물과 조직 간 강한 결합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 종양이 있는 경우 주변 환경이 강한 산성을 띤다.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산성 환경에 모여드는 특성이 있어, 주변의 건강한 조직보다 종양 근처에 약물 농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간의 종양세포를 이식한 쥐 모델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에는 비스포스포네이트-허셉틴 접합체인 본타그를, 다른 집단에는 허셉틴과 비스포스포네이트를 각각 투여했다. 그 결과 본타그를 투여한 쥐의 뼈조직에서 항체의 농도가 매우 높게 유지됐다.
또 하나의 약물만 투여한 쥐는 폐, 간, 신장, 비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2차 전이가 일어난 반면 본타그를 투여한 쥐는 2차 전이가 일어나지 않았다. 추가적인 뼈의 암 발생도 억제됐으며, 기존에 있던 종양의 크기도 눈에 띄게 작아졌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한 샤오 라이스대 화학과 교수는 “뼈조직은 단단하고 다른 조직에 비해 혈관도 적어 종양 부위에 약물의 농도를 높이는 것이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로 뼈암의 2차 전이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본타그를 임상시험까지 진입시키는 게 목표며, 전립선암을 포함해 뼈로 전이되기 쉬운 다른 종양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