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플러스' 옷깃만 스쳐도 감염…전세계 초긴장

입력 2021-06-25 17:20
수정 2021-07-26 00:01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그로기 상태에 몰렸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류를 상대로 역습에 나섰다. 더 빠르고(전파 속도), 더 강하게(백신 회피능력) ‘변신’한 몸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갈 태세다. 주인공은 델타 변이의 강한 전파력과 베타 변이의 백신 회피능력을 결합한 ‘최강 코로나19 바이러스’인 델타 플러스 변이.

“마스크 없이 감염자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걸릴 수 있다”(란딥 굴레리아 인도의학연구소장)는 인도발(發) 뉴스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바로 그 변이 바이러스다. 의료계에선 인도 미국 중국 등 11개국에 등장한 델타 플러스 변이가 조만간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장 방역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강 코로나바이러스’ 등장
바이러스의 특성을 감안할 때 변종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스스로 대사작용을 할 수 없는 바이러스는 동식물의 세포에 침투해 숙주로 삼는다. 그리고 숙주의 환경에 맞춰 자신의 유전물질을 끊임없이 복제·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오류가 생기고, 이게 쌓이면 돌연변이가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체에 침투할 때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뾰족한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한다. 2020년 9월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성물질인 아미노산에 돌연변이가 생긴 경우다. 그 여파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1.5배 높아졌다.

베타 변이(2020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와 감마 변이(2020년 11월 브라질)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수용체의 결합 부분에 돌연변이(K417N)가 생긴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돌연변이는 백신을 접종하면 생기는 중화항체의 공격을 피해다니기 때문에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작년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2개의 돌연변이가 생긴 것이다. 모양이 다르다보니 중화항체가 이 변이 바이러스를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고 착각해 공격하지 않는다. 전파력도 알파 변이보다 60% 강하다.

델타 플러스 변이는 이런 델타 변이에 베타 변이와 감마 변이에서 발견된 K417N 돌연변이가 추가된 형태다. 두 가지 특성이 결합된 만큼 델타, 베타, 감마보다 백신 회피능력이 강할 가능성이 높다. 델타 변이보다 더 쉽게 폐 세포에 달라붙는 만큼 전파력도 더 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폐 세포와 결합하면 호흡 과정에서 더 많은 바이러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국내 유입도 시간문제”
의료계에서는 머지않아 델타 플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델타 플러스가 확인된 국가는 인도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11개국. 지난 4월 처음 등장한 지 두 달여 만에 미국 유럽 아시아 각지로 확산한 것이다. 힌두스탄타임스는 “인도 전문가들은 델타 플러스가 인도 내 3차 대유행의 원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델타 플러스 변이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델타 플러스 변이의 국내 유입을 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당장 방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신을 거듭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델타 플러스를 능가하는 변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파력과 백신 회피능력이 업그레이드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