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외교관 자녀의 나이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 미혼 자녀 대상 ‘만 27세 미만’으로 규정한 기준을 ‘만 18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사례에 비춰봐도 성인 자녀에 대해 각종 ‘VIP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외교관 여권을 지급하는 현행법은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권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외교관 여권과 관용 여권 발급 대상자를 ‘만 18세 미만의 미혼 자녀 및 생활능력이 없는 부양 부모’로 규정하는 조항이 새로 포함됐다. 현행 여권법은 법 조항이 아닌 시행령에서 외교관 여권 대상자로 외교관 본인 및 배우자와 27세 미만의 미혼 자녀, 생활 능력이 없는 부양 부모, 동반하는 가사보조인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동반 자녀의 연령을 법적 투표 가능 연령인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고 가사보조인을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외교관 여권 소지자는 해외에서 사법상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등 각종 특혜를 받는다. 공항에서 출입국 시 소지품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VIP 의전을 받기도 한다. 외교관들이 국가를 대표해 공무를 수행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적 목적 여행에는 외교관 여권 사용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성인 자녀에게까지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규정에 따라 외교관 여권과 관용 여권을 발급받은 20세 이상 27세 미만의 성인 자녀들은 611명에 달한다.
해외 주요 국가 중 외교관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만 19~26세 성인에게까지 외교관 여권을 지급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에게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고, 프랑스·중국·러시아·스페인·스위스 등은 원칙적으로 18세 미만의 자녀에게만 외교관 여권을 지급한다.
외교부에서는 현행 외교관 여권 발급 자녀의 나이 기준과 관련해 학업 및 군 복무 등의 사유로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지는 나이를 27세로 보는 국민연금법 제9조를 준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법이 ‘27세 미만’을 규정한 것은 국민연금 지역가입 당연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 것임을 고려할 때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에 국민연금법을 대입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20대 국회에서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외교관 자녀 나이를 ‘19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 종료로 법안이 자동폐기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에서 외교관 자녀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대신 국회의원을 새로 포함시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행 여권법도 외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회의원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국회의원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송영찬/조미현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