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횟수 소문 공유, 숙박업소 CCTV조회까지…" 태백 경찰, 파면 청원

입력 2021-06-25 16:26
수정 2021-06-25 17:13


태백경찰서 소속 남성 경찰관들이 신입 여경을 상대로 2년에 걸쳐 성희롱,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들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게재됐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백 경찰서 집단성폭력 가해 남경들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청원인은 가해자들이 "가슴을 들이밀며 일을 배우더라", "얼굴이 음란하게 생겼다" 등의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면서 "한 남경은 여성 휴게실에 들어가 피해 여성의 속옷 위에 꽃을 놓아두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성관계 횟수에 관한 소문을 공유하고, 이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불법으로 숙박업소 CCTV를 조회했다"며 "순찰차에서 안전띠를 대신 매달라고 요구한 간부도 있었다"고 적었다.

피해 여성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청문감사관실에 고충을 신고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해당 경찰서 직장협의회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자는 "직장협의회 측은 피해자의 폭로가 '과장되게 작성됐다'며 '남녀가 사귀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며 "이는 명백한 2차 가해 행위"라고 전했다.

결국 2년 가까이 성희롱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2차 가해까지 이어지자 사건을 신고하면서 공론화됐고, 남성 경찰관 16명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경찰청은 최근 태백서 소속 12명에게 징계를, 4명에게 직권 경고를 하도록 강원경찰청에 지시했다. 지휘 책임이 있는 태백경찰서장에 대해선 문책성 인사 발령을 했다.

청원자는 "이번 사건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경찰 조직에서 발생한 집단성폭력 사건이며, 사건 대응 과정에서의 미흡한 조치와 2차 가해로 피해자는 큰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가해 남경들에게는 파면 조치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태백경찰서장인 A 총경을 언급하며 "성폭력을 묵인하고 방관한 서장에게 문책성 인사 발령은 너무나 가벼운 조치"라며 "가해 남경들의 파면과 서장에 대한 징계 수위 재심의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 내부에서 반복되는 여성 대상 성범죄는 여경을 경찰이 아닌 여성으로 여기는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로부터 비롯된다"며 "평등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내부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강원경찰청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가해 경찰관들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 수위가 결정할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