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로컬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투자환경이 변화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상다수 한국 기업들이 이익이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이익을 회수하려면 이자, 배당, 로열티와 같이 사업을 운영 하면서 이익을 회수하는 방안이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론 매각, 감자, 청산 등 투자 원금까지 회수하는 적극적인 수단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중국 사업 철수를 선택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미리 짚어 봐야하는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더러 복잡한 청산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합법적인 청산을 진행하지 않고 회사를 방치하거나 도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기업과 법정대표에게는 행정적, 민사 책임 뿐만 아니라 회사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책임까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내에서 회사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평판에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어 절대 실행해선 안되는 계획입니다.
청산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의사 결정과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중국에서 회사의 청산은 최고의결기구의 청산결의에서 시작을 합니다. 결의와 함께 청산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총괄하는 조직인 청산조를 조직해야하며, 통지 및 공고의 방식으로 관계 당국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청산 결정을 전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회사의 자산을 처분하고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회계감사를 통해 자산과 부채를 확정하고 청산절차를 시작합니다. 이어 세무등기, 재정등기, 외환등기 등 사업진출 시 등록했던 모든 기관의 등기를 말소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세무조사 등 관련 당국의 문제제기를 원활히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청산절차 중 대부분의 시간은 등기말소 과정에 소요됩니다.
말소과정이 완료되었다면 잔여재산을 주주에게 송금하고 사업자등록증인 영업집조 등 기타 등록증을 말소하는 것으로 청산절차는 종료하게 됩니다. 청산절차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청산에 소요되는 시간의 편차가 큰 이유는 청산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잠재적인 이슈나 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자주 발생하는 이슈는 세금, 종업원 고용해지,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해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세무적인 부분에서 사업진출 시 받은 세제혜택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감면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그만둔다면 그동안 받은 모든 세제혜택을 반환해야 합니다. 면세로 수입한 설비와 자재에 대해서도 목적 적합하게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면세가 취소되어 관련 관세와 증치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특히 손실기업이 청산하는 경우 이전가격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높습니다.
둘째, 종업원과의 고용관계 해지 역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단 중국에선 기본적인 퇴직금 지급의무는 없지만 회사의 사유로 고용관계가 해지되는 경우 종업원에게 경제보상금을 지급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경제보상금은 법규상 근속연수에 비례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확한 금액은 협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금액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고용해지에 따른 직원들의 저항을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청산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그 밖에 거래처와의 계약해지나 임대계약 해지에 따른 손실 부담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처럼 청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잠재적인 이슈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철수하기 전에 회사를 매각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사업매각이나 지분양도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개별자산가치보다 영업권을 포함한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어 청산보다 매력적인 철수전략입니다. 다만 매수자 탐색이나 협상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유상감자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유상감자는 세금 등으로 인한 사외유출 없이 투입한 자본금을 회수할 수 있고 청산보다 간소화된 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에 청산 전 감자절차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일궈 놓은 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철수에 대한 계획을 사업을 시작하기 전 또는 운영 단계에서 미리 검토하여 실제 철수 실행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간다면, 기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함께 낮출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