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좀 받자"… 후배 폭행하고 알몸 기합 준 전 대구FC 선수, 구속기소

입력 2021-06-25 11:22
수정 2021-06-25 11:23


후배 선수를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대구FC 선수 A 씨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장혜영)는 24일 강요 등 혐의로 대구FC 전 선수 A씨를 구속기소 했다.

A 씨는 2018년 3월부터 10월까지 대구FC 선수단 숙소에서 피해자에게 '머리박아'(원산폭격) 등 가혹행위를 4차례 강요하고, 비슷한 시기에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고는 등 9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에게도 2017년 봄 '머리박아'를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10일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아 왔다.

A 씨의 범행은 피해자 가족이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해자인 제 동생에 대한 성추행 및 폭력 사실을 묵인한 축구단과 가해 선수의 정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공론화됐다.

청원글 작성자는 "선배가 동생의 룸메이트 앞에서 옷을 벗긴 채 '머리 박아'를 시켰는데, 동생의 부탁으로 룸메이트가 이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며 증거 영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문자와 모바일메신저로 외출, 외박에서 복귀하면 '고문을 받자'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해자는 같은 지역 출신 구단의 수뇌부가 운영하는 축구 클럽에서 감독을 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우수 지도자상을 받으며 정상적으로 지낸다고 하니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대구FC가 이를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후 MBC '뉴스데스크'에서 공개된 영상에서는 피해자인 B 씨가 알몸 상태로 침대 위에서 기합을 받고, A 씨가 실내 체력 훈련장에서 운동 중인 후배 선수의 몸을 짓누르는 모습이 담겨 있어 충격을 안겼다.

B 씨는 MBC와 인터뷰에서 "후배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기고, 머리를 박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면서 수치심을 주니 눈물이 났다"며 "혼자 구석에 가서 울고,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B 씨는 결국 2019년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논란이 커지자 대구FC는 "국민청원에 올라온 전 소속 선수들 간의 불미스러운 사안으로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안을 중대히 인지하고 빠른 시간 내 사실 관계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선수단 관리 및 팬 소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대구 경찰청은 B 씨로부터 해당 동영상과 문자 대화 내용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