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기업들, 잇따라 기업공개 포기…美증시 상장 차질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입력 2021-06-25 14:21
수정 2021-06-25 14:27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알리바바 계열 공유자전거업체 헬로, 텐센트가 투자한 메타버스 소셜미디어 앱 운영사 쏘울게이트가 하루 간격으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중단했다. 중국 1위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은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로 예정했던 IPO 자금조달 규모를 최대 40억달러(4조5000억원)로 축소했다. 중국 국내외 규제 강화로 인한 성장성 한계가 대표적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당국 눈치보는 빅테크25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전날 헬로가 뉴욕증시 IPO 중단 결정을 내렸다. 헬로는 지난 4월2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신청한 지 두 달 만에 관련 작업을 전면 중지했다. 쏘울게이트는 지난달 10일 신청서를 냈다가 한 달여 만인 지난 23일 상장을 연기하겠다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통보했다.

헬로는 당초 상장신청서에서 IPO 자금 조달 목표를 1억달러로 제시했다. 이후 시장 조사를 통해 조달 금액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쏘울게이트는 처음에 1억달러로 써냈다가 지난 17일 2억2700만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헬로는 알리바바그룹의 모빌리티(이동 서비스) 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자전거 공유에서 출발해 택배, 전기오토바이 제조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전거 공유 부문에서 디디추싱, 메이퇀과 함께 시장을 삼분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회원 수는 1억8300만명에 달한다.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핀테크업체 앤트그룹이 헬로의 지분 36%를 갖고 있다. 헬로의 매출은 2018년 21억위안(약 3600억원)에서 지난해 60억위안(약 1조5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커졌고, 순손실은 같은 기간 22억위안에서 11억위안으로 줄였다.

쏘울게이트는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 앱 '쏘울'을 운영하는 회사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쏘울의 이용자는 2019년 330만명에서 지난해 910만명으로 급증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지분 49.5%를 갖고 있다.

두 회사가 잇따라 상장을 중단한 것은 중국 정부의 빅테크(대형 IT기업)에 대한 견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창업자 마윈이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이후 '시범 케이스'로 걸려 각종 규제를 선제적으로 적용받고 있다. 공유자전거 사업을 하는 헬로와 디디추싱, 메이퇀은 모두 당국으로부터 사용자 정보를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쏘울게이트는 상장신청서에서 스스로 밝혔듯 중국 정부의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업체들이 쏘울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다음 타깃으로 점찍은 텐센트가 이런 요인들을 감안해 상장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빅테크 견제 지속 전망 올해 최대 IPO로 주목받고 있는 디디추싱은 24일(현지시간) SEC에 주당 공모가 범위를 13~14달러로 결정했다고 신고했다. 주당 14달러 기준 IPO 규모는 40억달러, 시가총액은 600억달러 안팎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승차호출시장 점유율 90%를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달 초 디디추싱이 상장신청서를 냈을 때 IPO 규모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작년 8월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는 620억달러로 인정받았다. 올 1분기 흑자 전환(순이익 54억위안)과 유럽시장 신규 진출 등을 기반으로 상장 후 시총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도 많았다.

디디추싱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도 국내외 규제 영향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 운전기사 처우 개선, 금융업 자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승차호출업체에 운전기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대우하라는 판결과 법안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중국 바이트댄스도 지난 4월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