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정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해 “복지비가 크게 늘었지만 사각지대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낙제점을 간신히 면한 C학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선 전 국민에게 차별 없이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복지가 필요한 대상에게 선별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건전재정포럼이 24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복지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복지정책을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위한 제언을 내놨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현 정부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교수는 “정부 예산의 48%를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사용하고도 복지 불만족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문의 올해 예산이 199조7000억원으로 200조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관적 복지 불만족 인구 비율’이 19.2%에 달해 주요 선진국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복지의 비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 분석이다. 재정 투입은 늘어났지만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경쟁으로 중복 급여가 생겨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에 관해선 “사회 구성원의 기초생활을 가능케 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기본소득”이라며 “조건 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은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했다.
토론에 참여한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은 C학점”이라고 말했다. 지출 확대만 생각하고 김대중 정부의 의료보험 통합이나 노무현 정부의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개혁 같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어려운 길은 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데도 새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폰지 게임’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16%로 올리고 수급 연령을 3세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전재정포럼은 2012년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한 제언을 하기 위해 전직 경제관료와 교수 등 전문가 119인이 창립했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 전 장관을 비롯해 안병우 전 국무조정실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