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3사 '가시밭길'…고무값 상승·물류난·美 반덤핑 관세까지

입력 2021-06-24 17:31
수정 2021-06-25 01:45
국내 타이어업계가 원자재값 상승, 사상 최악의 해운대란에 이어 미국에서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게 되면서 ‘3중고’에 빠졌다. 연 1조원 이상 수출하는 최대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타이어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과 생산지 다변화를 통해 대응에 나섰다. 수출 42%가 북미지역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3일(현지시간) 한국 대만 태국의 승용차·경트럭 타이어와 베트남의 경트럭 타이어가 미국 타이어산업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한국타이어(27.05%) 금호타이어(21.74%) 넥센타이어(14.72%) 등에 지난달 24일 산정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량 및 판매 가격 등 피해를 끼친 정도를 고려해 관세율은 다르게 매겨졌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는 상무부와 ITC의 최종판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번 판결은 미국철강노조가 지난해 5월 수입 타이어가 공정가격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며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타이어업계의 북미지역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액의 42%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신차용 타이어를 11억7069만달러(약 1조3200억원)어치 수출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타이어의 연 관세 부담액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설상가상으로 수출할 배를 구하지 못해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량 조절을 위해 지난 10~12일 공장 가동을 멈춘 데 이어 24~26일에도 대전공장과 충남 금산공장 생산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하루평균 10만~15만 개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가 18일 3748.3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물류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타이어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 컨테이너선으로만 운송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누적된다.

타이어 제조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천연고무 가격도 불안정하다. 세계 천연고무 거래 기준인 일본 도쿄상품거래소의 천연고무 선물가격은 24일 ㎏당 238.3엔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보다 68% 높은 수준이다. 가격 올리고 해외 생산 늘려국내 타이어업계는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려 수익성 악화를 일부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미국에서 타이어 가격을 종류별로 5%가량 올렸다. 다음달엔 유럽에서도 교체용 타이어 공급가를 기존보다 3~5% 인상한다. 한국타이어는 8월 미국에서 종류별로 최대 7% 또 인상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도 8월 미국 판매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넥센타이어는 이미 4, 5월 글로벌 공급가를 3~8% 인상했다.

타이어업계는 해운대란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돌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공장 연 생산량을 기존의 두 배인 1100만 개로 늘리기 위한 증설을 하반기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 해외 공장의 미국 수출량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베트남 공장을 증설해 국내 생산 물량 일부를 이전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이번에 상계관세 판정을 받았지만 관세율이 7%로 낮은 데다 인건비 등에서 원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 400만 개 생산이 가능한 미국 조지아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넥센타이어는 ITC에 매년 재심을 청구해 관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